"지갑 여는 당신, 스튜핏!"…새 소비 트렌드 '절약'

입력 2017-09-20 17:53  

일본 장기불황 닮아가는 한국

69억 빚 갚는 연예인 뜨고 영수증 분석해주는 예능도
'궁상+럭셔리' 궁셔리 유행

지름신·먹방에 지친 소비자…행복감 줄 '가치 소비' 고민
PB상품·아울렛·가성비 부상



[ 김보라 기자 ]
‘돈은 안 쓰는 것이다.’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방송) 인기 콘텐츠 ‘김생민의 영수증’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이 방송이 두 달여 만에 구독자 수 5만 명을 넘어서자 공중파 방송국은 정규 방송으로 편성했다. ‘영수증’에서는 25년차 개그맨 김생민 씨가 김숙, 송은이 씨와 함께 청취자가 보내온 영수증을 보고 소비 습관을 분석해준다.

김생민 씨가 하반기 스타가 됐다면 상반기에는 가수 이상민 씨가 있었다. 초호화 삶을 살던 그는 한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69억원의 빚을 갚아가는 일상을 공개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왕복 5만9000원짜리 페리를 타고 9시간 걸려 일본 여행을 가는 그를 보며 시청자는 ‘궁상’과 ‘럭셔리’를 합쳐 ‘궁셔리’라고 불렀다. 이후 ‘궁셔리 투어’ ‘궁셔리 메이크업’ 등 수많은 파생어가 나왔다.

◆‘욜로(YOLO)’하다 골로 간다”

김생민 씨와 이상민 씨의 인기는 시청자의 공감에서 나온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이지만 그 삶이 결국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인기는 마케터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올초까지 유행한 ‘한 번뿐인 삶, 나를 위해 아낌없이 쓴다’는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 자리를 ‘절약’이라는 코드가 대체하고 있다. 이것이 장기적인 불황에 진입한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수증의 청취자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짠돌이’로 소문 난 김씨가 영수증을 들여다보며 “왜 밤 11시15분에 홈쇼핑 떡갈비를 사지? 스튜핏(stupid)!”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영수증을 보면서는 “29세인데 1680만원이라면 매달 부모님 생활비 20만원 드리고도 15만5000원씩 저축했다는 얘기다. 원더우먼 그레잇!”이라는 칭찬을 쏟아붓는다. 청취자의 반응은 “완전 내 얘기다” “내 친구 OO에게 꼭 보여줘야겠다” 등으로 압축된다.

이런 지적은 기존 소비 패턴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다.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은 24시간 쇼핑의 시간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TV만 켜면 ‘먹방’이 나온다. 이는 쓰지 않을 수 없는 ‘소비 강박’으로 소비자를 몰고 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씨의 등장은 수년간 이어진 소비시장에 대한 도전이라는 얘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광고와 마케팅에 현혹돼 남들과 똑같은 상품에 돈을 지급하는 무분별한 소비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소비를 할 것인지, 나의 행복감을 오래 지속해줄 소비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현명한 소비 트렌드 vs 장기불황

수십년 만에 등장한 절약이라는 단어를 두고 ‘일본식 장기불황의 예고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불황기 히트상품 리스트를 보면 한국과 비슷하다. 값싼 수입맥주와 자체브랜드(PB)상품(1994년), 백앤숍과 유니클로(2000년), 아울렛몰과 프리미엄 PB(2008년) 등이 그렇다. 백앤숍을 다이소로 바꿔놓으면 불황기 히트상품이 국내 시장에서는 한꺼번에 히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PB상품 증가는 한국이 더 심할 정도다.

몇 년째 소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코드’도 비슷하다. 무한리필 소고기 전문점, 인형뽑기방의 인기로 나타난다.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1만원에 12캔’짜리 발포주 필라이트의 인기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계 평균 소비성향이 2010년 77.3%에서 2015년 72%까지 하락해 일본 속도보다 더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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