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민 불황의 그늘…'벌금 대신 노역장' 올 5만명 넘을 듯

입력 2017-09-22 17:39  

벌금형 받았지만 감당 못해…스스로 감옥행 '사상 최대'
노역 일당 10만원, 최장 3년…일당 1천만원 '황제 노역' 논란도
"교도소 과밀화의 주요 원인…정부 재정운용 걸림돌 작용"



[ 김주완 기자 ] 음주운전(혈중 알코올 농도 0.22%)으로 벌금 300만원 판결을 받은 이모씨(42)는 두 차례의 벌과금 독촉 고지서를 받았지만 벌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개인 회생 중인 데다 무직 상태여서 수중에 돈이 없었다. 경찰의 지명수배까지 받자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그는 노역장을 택했다.

지난 7월 경찰에 자수해 교도소에 수감된 뒤 일당 10만원으로 30여 일 동안 노역하고 풀려났다.

◆벌금 없어 ‘스스로 감옥행’ 급증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 대신 감옥행을 택한 범법자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2일 법무부가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노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노역장 유치로 벌금형을 대체한 건수는 3만1351건에 달한다. 월평균 4479건으로,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5만 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치인 2009년의 4만3199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동일인이 1년에 두 번 이상 노역장 유치를 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올 7월까지 적어도 3만 명 이상이 교도소 수감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장 3년까지 교도소 노역이 가능하다. 노역을 택한 이들은 일반 수형자와 함께 봉제, 식품가공, 목공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노역 일당은 최저 10만원이지만 벌금액, 노역 기간 등을 따져 판사 재량으로 정해진다. 벌금 액수에 상관없이 노역 가능 기간이 최장 3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황제노역’ 논란이 일기도 한다.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노역장 유치로 하루 1000만원 이상 벌금을 탕감받은 범법자는 모두 266명에 달했다. 2014년에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황제노역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노역장 유치 기간을 최장 6년으로 늘리거나 일당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묶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교정시설 과밀화에 재정 운용 부담도

액수로는 올 7월까지 2조6260억원의 벌금이 노역장 유치로 대체됐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벌금 대체액(2조7015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벌금 대체액도 올해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노역 증가는 서민 경제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선처해 징역형 대신 벌금형 판결을 내렸지만 경제적 궁핍으로 감옥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생계를 잇기 어려운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 등이 벌금을 못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소자 급증으로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 교정기관의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5만7655명(8월 기준)으로, 수용 정원 4만7820명의 120.6%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수용률(97.6%)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노역장 유치 증가가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정부가 세운 목표만큼 벌금을 걷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벌금, 과징금, 과태료 등의 예산액은 3조5285억원이었지만 징수액은 2조9451억원으로 징수율은 83%에 그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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