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김창수' 어느 익숙한 위인의 낯선 발자취

입력 2017-09-27 18:25   수정 2017-09-27 18:27

백범 김구 선생 젊은 시절 담은 영화 '대장 김창수'
조진웅 "부담감에 고사하기도…떳떳하게 배우짓 할 수 있게돼"




"나는 그 날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천하고 평범한 청년 김창수가 일본인을 죽이고 체포된다. 그는 재판장에서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소리치지만 결국 사형 선고를 받고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다.

눈을 뜨면 지옥 같은 그곳에서 김창수는 다른 죄수들과 자신은 다르다며 섞이기를 거부하지만 제대로 된 재판은 커녕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조차 힘든 고된 옥살이를 버텨내는 조선인들을 보며 변화를 꿈꾸기 시작한다.

'대장 김창수'는 백범 김구 선생의 젊은 시절을 영화적으로 각색한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은 27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역사 속 위대한 분들이 계신데 우리는 전형적인 순간들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고통의 이야기를 펼쳐보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몇해 전 상해 임시정부를 아들과 함께 들렀다.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초라하고 작은 역사의 증거들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아들의 반응은 달랐다고 한다.

이원태 감독은 "기본적으로 아는 것이 있어야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는 어리니까 내가 왜 우는지 모르는 눈치더라. 그때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백범 김구 선생을 떠올릴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으로 기억한다. 이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평범한 청년 김창수 시절이 김구 선생을 만든 계기가 됐다.

그는 "김창수란 젊은이가 백범 김구라는 것을 95%는 모르는 것 같다. 당시 김창수는 스무살 남짓이었는데 감옥이란 절망의 끝에서 사형수의 신분으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민족의 지도자가 됐다. 김구 선생 이전의 이야기를 하면 시대의 좋은 의미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강조했다.

또 제목에 김구가 아닌 김창수를 사용한데 대해 "원래 시나리오 쓸 때, 김창수라는 젊은이가 절망의 끝에서 이겨낸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에 가서 일련의 과정을 이겨낸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였구나, 김구였구나 하고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수 역을 맡은 조진웅은 "김구 선생님이 거구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충무로에서 그런 덩치는 흔하지 않다. 제가 가성비도 좋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는 역할을 맡기 전 부담감 때문에 몇 차례 고사하기도 했다. 그는 "제작사 대표가 처음 이야기 했을 때, 못한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봤더니 책에 있는 인물은 천하고 평범한 사람인데, 구국의 초석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더라.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창수에 몰입하기 위해 배우, 광대로서 책 속에 들어가 지지고 볶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벌써 마흔이 넘었고, 당시 김창수는 이십대인데, 그 모든 경험들이 감당이 안되는 것 같아 창피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인물 관련된 영화는 안하려고 한다"라면서도 "떳떳하게 배우짓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소회했다.


일본의 편에 선 감옥소장 강형식을 연기한 송승헌은 "이 인물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정의롭고 선한 편에 있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찰나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라고 밝혔다.

송승헌은 "기존에 봐왔던 친일파, 평면적인 친일파로 그리고 싶지 않다는 감독님 말씀에 따라 실제로 존재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원태 감독은 "너무 큰 인물을 다룬 영화라 진지해지는 느낌이다. 저희 영화를 연출 의도대로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이 나닌 한 청년이 절망 끝에서 살아나온 이야기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조진웅은 "진득한 메뉴 하나 나온 것 같다"라며 "실제 역사를 소재로 했지만 영화이며 구수하게 잘 우려냈기에 진심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메뉴를 통해 허리 쭉 펴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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