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소중함 일깨우는 여수·서산과 울산의 엇갈린 풍경

입력 2017-10-02 17:43  

한가위 지역경제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는 한경 보도(10월2일자 A5면)다.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주력산업이 밀집한 울산의 경기부터 바닥을 헤매고 있다. “외환위기 때도 불황을 타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기료도 못 낼 형편”이라는 현대중공업 앞 가게 주인의 하소연이 실상을 대변해준다. 울산 온산산업단지는 공장 매물만 20~30개가 나와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위라는 울산이 이 정도다.

거제 창원 등 경남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휴임에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부산 녹산단지는 매물이 쏟아져 공장 임대료가 급락하고, 은행들이 공장입찰 일정을 안배해야 할 정도다. ‘제조업 메카’라는 부·울·경의 위기감은 외환위기에 버금간다. 구미공단도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고, 자동차 부품업체가 많은 인천은 GM 철수설에 걱정이 태산이다.

반면 석유화학 단지가 있는 여수와 서산은 완전 딴판이다. 정유·유화업계의 실적 호조로 두둑한 성과급이 풀리면서 지역 내 소비·부동산 경기까지 덩달아 신바람을 탔다. 평택 이천도 반도체 호황 덕에 추석다운 추석을 보내고 있다. 기업들의 부침(浮沈)에 따라 명절 분위기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추석연휴의 엇갈린 두 풍경이 새삼 기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대외적으로는 북핵, 사드 보복에다 국내적으로는 ‘암반 규제’, 경직된 노동법 등 온갖 불확실성의 덫에 갇혀 있다. 세계시장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과 법인세율 인하까지 예고돼 있다. 내우외환, 사면초가다. 발벗고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을 불러다 호통 치고, 규제입법으로 기업의 손발을 묶을 궁리에 빠져 있는 정치권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

기업과 지역은 공동운명체다. 미국에선 기업이 몰려드는 시애틀과, 기업이 몰락하고 떠나버린 디트로이트의 명암이 엇갈린 사례가 있다. 지역민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을 불러 모으고, 기업은 일자리와 납세로 화답하는 게 지역 경쟁력이다. 기업이 잘돼야 지역경제가 살고, 나라경제도 성장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추석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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