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누라, 본래 그들의 것처럼

입력 2017-10-02 17:50  

이찬희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chanhy65@nate.com >


마음도 기질도 잘 통하는 자수성가한 친구가 있다. 젊은 시절 밤낮없이 노력한 대가로 남은 인생을 편하게 보낼 재산이 있었다. 그런데 천석꾼이 만석꾼 되고 싶어 한다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다가 작년에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절친한 친구의 어려움에 변호사 친구가 해 줄 것이라곤 약간의 법률적 조언과 그저 술잔을 채워가면서 넋두리를 들어 주는 것뿐이었다. 그러면서 항상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해줬다. “죽을 때 다 못 가지고 간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많은 재산을 남겼지만 결코 행복하지 못한 삶을 여러 번 지켜봤다. 재산을 둘러싸고 혈육끼리 남들만도 못한 추악한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 적도 적지 않다. 사람이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재물에는 한계가 없다. 하지만 죽는 날 가지고 갈 재물 역시 한 개도 없다.

돈을 벌고 모으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돈이 많으면 사는 데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앨프리드 디 수자의 시가 있다. 이 가운데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이다.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일하면 그 일이 즐거울 것이고, 일이 즐겁다면 인생이 행복할 것이다. 추석을 맞이해 위 시에 ‘나누라, 본래 그들의 것처럼’이라고 한 구절을 추가해 본다.

지난 9월13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해 모은 1억8600만원을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그중 일부를 서울 상도동에 있는 보육시설에 전달하러 갔다. 원장님의 따뜻한 환대와 더불어 올 추석은 경기가 어려운지 아직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아쉬운 탄식이 가슴에 남는다.

사상 최장의 추석 연휴를 맞이해 인천공항이 북적거린다고 한다. 그동안 열심히 사느라 수고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보상으로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 역시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추석이 더 외로운 우리의 이웃이 있음을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내가 가진 아주 작은 일부만으로도 풍성한 추석을 맞이할 수 있는 이웃이 주변에 많이 있다.

돌고 도는 것이라 돈이라고 한다는데, 잠시 맡아서 보관하고 있는 재산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하면 나누는 것이 아까울 이유가 없다. 나누면 마음이 추석 보름달처럼 가득 차고 밝아질 것이다.

이찬희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chanhy65@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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