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뭐길래…화폭에 쏟은 40년 열정

입력 2017-10-18 17:19   수정 2017-10-19 07:02

70대 화가 한만영 씨 개인전
내달 5일까지 아트사이드서



[ 김경갑 기자 ] 서양화가 한만영 화백(71)은 요즘 조선시대 청화백자에 빠져 산다. 청화백자 형상을 중밀도섬유판(MDF)에 저부조로 만들고 표면에 다양한 문양을 그린 뒤, 이를 캔버스에 부착한다. 조선시대 도공의 예술적 흔적을 회화에 가미해 지나간 과거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한 화백을 가리켜 과거와 현재를 화면에 아우르는 가장 돋보이는 ‘르 탕 비지블(Le Temps Visible·보이는 시간)’ 작가라고 부른다. 작가는 정작 이 같은 표현이 썩 내키지 않는다. 시간을 다루는 작업하긴 하지만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오브제를 가미해 ‘새롭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화백이 내달 5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이매진 어크로스(imagine across)’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청화백자를 묘사한 작품과 캔버스에 거울을 부착한 작품 등 ‘시간의 복제(reproduction of time)’ 시리즈 근작 16점을 걸었다. 고대 그리스의 토르소 ‘밀로의 비너스’를 비롯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같은 명화 이미지나 근대 건축물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이다.

한 화백은 “내 작업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문명의 기호이며 시간의 흔적을 재생산하는 소재”라며 “과학이 낳은 기계문명에서 과거의 흔적을 불러오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청색 바탕의 캔버스에 다양한 이미지를 그린 뒤 기계 부품, 거울, 전화기, TV, 바이올린 등과 같은 일상적인 오브제를 결합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고대 로마 신전부터 르네상스 회화, 고구려 고분벽화, 불상, 조선 시대 진경산수화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미술품의 이미지를 빌려온 그의 작품은 극사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화면이 특징이다. 가령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그려진 16세기를 지금 이곳으로 불러낸다는 것이다. 사각 캔버스에 명화 이미지를 부조처럼 배치하고 바탕을 청색으로 처리해 명화에 집중시키면서도 여백 효과까지 아울렀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화면 속에는 ‘시간’이 담기기도 하고, 잠재의식 속에 또 다른 ‘기억’을 저장하기도 한다.

그는 시간성에 몰입하는 이유에는 “존재 자체가 시간 아니냐”는 답을 내놨다. 실제로 그의 작품 세계는 그래프로 설명하면 XYZ의 세 개 축으로 이뤄졌다. X축은 공간, Y축은 유명 화가의 국내외 명화를 차용한 시간의 흐름, Z축은 회화와 조각을 아우른 화법을 뜻한다.

“MDF, 철판, 철사 등을 오브제를 활용함으로써 2차원의 평면 회화에 머물지 않고 3차원의 입체적인 오브제도 만든 겁니다. 평면과 입체의 통합 작업 과정에서 억눌렸던 욕망들이 시공의 영역으로 터져나왔다고 할까요.”

한 화백은 최근 오브제로 거울을 활용했다. 일반 평면거울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필름 미러(film mirror)를 부착해 시각적인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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