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화장품업계 최대 M&A… 모두가 '윈윈'한 빅딜

입력 2017-10-23 16:19  

핫딜 막전막후
토종 화장품 브랜드 AHC



[ 정소람 기자 ] 지난달 25일 오후 국내 투자은행(IB)업계가 술렁였다. 깜짝 놀랄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AHC 브랜드를 보유한 토종 화장품 업체 카버코리아가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영국 유니레버에 3조원에 매각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6월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특수상황그룹(SSG) 컨소시엄이 지분 약 60%를 4000억원에 인수한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놀라움은 더욱 컸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한국의 기술력 있는 ‘히든챔피언’을 발굴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일궈낸 기념비적인 딜이라고 평가했다.

체계를 세운 베인 컨소시엄

지난해 베인-골드만 컨소시엄이 카버코리아를 인수할 당시 업계에서는 너무 고가에 산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당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화장품 회사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었다. 베인 컨소시엄은 창업자인 이상록 대표 등의 지분 60.39%를 약 4300억원에 인수했다. 직전해인 2015년 매출은 1565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00억원 수준이었다. 기업가치(EV)/EBITDA 기준으로 12~13배의 멀티플(배수)에 거래한 셈이다.

그러나 베인 컨소시엄은 1년 만에 우려가 ‘기우(杞憂)’였음을 증명했다. 카버코리아는 당초 피부과, 피부관리실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에스테틱 화장품 업체였다. 기업 간 거래(B2B) 업체였지만 품질이 좋아 입소문을 타며 일반 소비자에게도 유명해진 셈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중국은 기초 수분 라인인 B5 라인이 현지에서 먼저 입소문을 타서 요청을 받고 수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정치적으로 덜 민감한 20~30대 여성 고객층이 두텁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다른 화장품 회사들이 사드 사태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는 동안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인 컨소시엄은 제품 자체로는 이미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마케팅 전략을 체계화하는 데 주력했다. 우선 외부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뽑고 고객 연령층별, 국가별로 마케팅 타깃을 세분화했다. 기존 대표 모델인 배우 이보영 외에 배우 강소라와 김혜수, 앤 해서웨이를 새 모델로 뽑아 광고를 다변화했다. 또 기존 브랜드인 ‘A.H.C’가 제품 범용성이 낮다고 보고 ‘AHC’로 로고를 일원화해 모든 제품에 새롭게 적용했다.

홈쇼핑 방송 위주였던 유통 채널도 다양하게 확보했다. 특히 중국 및 해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면세점에 제품을 깔았다. 접근성이 좋은 CJ올리브영 등 드러그 스토어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홈쇼핑 고객 외에 국내 젊은 층과 중국 고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매출 4295억원에 영업이익 18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년 만에 3배가량으로 늘어난 셈이다. EBITDA도 1767억원으로 늘었다. 전년의 3배를 넘었다.

두 달 만에 이뤄진 ‘3조원 M&A’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은 애초부터 카버코리아에 관심이 많았다. 세계적으로 ‘K뷰티’에 관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카버코리아는 아모레, LG생활건강에 이은 국내 3위 업체였다. 대기업 계열사인 다른 업체들과 달리 카버코리아는 PEF가 보유하고 있어 매물로서 더 매력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라증권이 평소 돈독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던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였다. 유니레버는 도브(DOVE), 바셀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회사였지만 유독 중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노무라 측은 △AHC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 △중국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 역진출했다는 점 △사드 배치로 인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점 △규모 있는 국내 화장품 업체 중 인수 가능한 몇 안 되는 회사라는 점 등을 주요 포인트로 내세웠다.

유니레버는 베인 컨소시엄 보유지분 60.39%에 창업자 지분 35%, 여기에 일부 소수 지분을 포함해 약 98%의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약 3조600억원으로 정해졌다. 지난해 EBITDA가 1800억원가량 이었음을 감안하면 약 16배 안팎의 멀티플(배수)이 적용됐다. 고가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베인 컨소시엄 인수 당시 12~13배보다 배수가 더 늘어난 셈이다. 그 사이 효율화된 경영 시스템과 강해진 브랜드력을 인정받은 결과였다.

이번 거래가 특히 의미있던 건 국내 화장품업계 사상 최대 M&A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이해 관계자가 모두 ‘윈윈’한 딜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한국을 뷰티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삼아 중국 등 아시아 화장품 시장을 재공략할 수 있게 됐다. 베인 컨소시엄과 이상록 대표는 1년3개월 만에 기업 가치를 4배나 올려 큰 차익을 거뒀다. 올해 대형 딜 자문 실적이 없었던 노무라증권은 업계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거래의 자문을 맡으면서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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