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사우디 왕자의 도전… 사막에 석유 안 쓰는 '미래도시' 짓는다

입력 2017-10-25 19:09   수정 2017-10-26 10:41

5000억달러 투자…서울 면적 44배 '네옴프로젝트'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석유 의존도 낮추기 위해 안간힘

사우디-이집트-요르단 3개국 인접
신재생에너지·로봇 등 산업 육성

왕세자 "극단주의 끝내겠다"
온건한 이슬람 국가 재건 선언



[ 이상은 기자 ]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4일(현지시간) 5000억달러(약 564조원)를 투자해 경제구역(신도시)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 도시에 한해 규제를 대폭 완화해 외부 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소속 두바이가 규제를 확 풀어서 ‘중동의 홍콩’으로 성장한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규제 풀어 투자받는다

살만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 콘퍼런스(FII)에서 ‘네옴(Neom)’이라는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집트와 요르단과 맞닿아 있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연안에 2만6500㎢ 규모 미래형 신도시를 세워 신재생에너지, 로봇 등 첨단기술,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의 44배 규모다.

그는 자신이 관할할 이 도시가 ‘사우디와 별개의 규제 환경’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식 규제 시스템으로 외부 투자자와 인재를 끌어들인 두바이 사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석유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도시를 운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도시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2300억달러 규모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과 민간 투자로 충당하겠다고 설명했다. 살만 왕세자는 이 도시 건설로 사우디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까지 약 1000억달러(약 113조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민간 부문 일자리가 증가하고 ‘탈(脫)석유 경제’로의 전환 구상도 탄력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이른 시일 내에 뭔가를 달성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15년이 흐른 뒤 네옴을 구상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탈석유 프로젝트 일환

네옴 프로젝트는 32세인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4월 부왕세자 자격으로 발표한 사우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2030’의 실행 방안 중 하나다.

그는 사우디의 석유 의존형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며 비석유 부문 국가 수입을 2020년까지 세 배로 늘리고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지분 최대 5%를 기업공개(IPO)해 2조달러가량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11.6%에 이르는 실업률도 2020년까지 9%로 낮추겠다고 했다. 543개 이니셔티브와 346개 목표로 구성된 장황한 목표 리스트를 내세웠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그는 작년 6월 경쟁자이던 전 왕세자(사촌형)를 물리치고 왕세자가 된 뒤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다만 일부 계획은 후퇴했다. 아람코를 공개적으로 상장하는 대신 중국의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0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던 계획은 2025~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번 프로젝트도 ‘용두사미’가 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가 이런 대규모 투자구역 조성을 시도한 전력이 몇 번 있다”며 10년 전 6개 도시를 조성하려고 했지만 그중 의미 있는 수준의 도시가 조성된 것은 킹 압둘라 경제도시 하나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살만 왕세자의 추진력이 아직 유효한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극단주의 배격 선언

지난달 사우디가 여성에게 운전을 전격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도 살만 왕세자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여성들은 그간 운전을 할 수 없어 외출할 때마다 운전사를 대동해야 했다.

이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고도 직장에 다니는 등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사우디 원리주의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여성 노동력을 활용해야 사우디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카타르와 단교를 결정하는 등 그의 외교적 실책을 만회하고,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서방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콘퍼런스에서도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대두된 이슬람 극단주의 이전의 관용적 문화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 인구의 70%는 30세 미만이고, 극단주의자들의 생각과 씨름하느라 우리 인생의 30년을 낭비할 순 없다”며 “그런 것들(극단주의적인 생각들)을 오늘 즉각 파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지는 “사우디 사회의 뿌리 깊은 보수성이 문화 개혁과 왕세자의 경제적 야심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행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세계 금융계와 재계의 주요 인사 수백여명이 참석했다.

사우디 PIF와 함께 1000억달러 규모 비전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손 사장은 네옴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며 “사우디 전력공사가 태양광 분야에 진입할 수 있도록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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