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기준에 맞는 '기업중심 경제'여야

입력 2017-11-06 18:15  

기업·기업인 활동에 제약 없어야
일자리 늘고 근로자 임금도 올라
그런 게 진정한 '사람 위한 경제'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2018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사람중심 경제’를 다시금 강조했다.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축으로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정책 면면을 보면 ‘사람중심 경제’에서의 ‘사람’은 근로자만 의미할 뿐 혁신성장을 이루고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주는 주체인 기업과 기업인은 도외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근로자만을 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인건비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인상돼 결국 소비자들이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또 기업인들은 근로자를 줄이든지 임금이 낮거나 규제가 없는 저개발국으로 생산공장을 옮길 것이다. 반대로 기업인들을 신나게 하면 투자가 늘 것이고 그러면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가 늘게 된다. 아무리 소득양극화가 고착화됐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소득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소비자인 근로자도 신이 나고, 근로자 자신이 기업인으로 변신해 창업도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중심 경제’이고 ‘소득중심 성장’이다.

탈(脫)원전은 안전하고 경쟁력이 있는 원전기술을 더 개발하게 하면서 신중하게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안 없는 탈원전은 전기요금만 올리고 결과적으로 물가상승과 불경기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전기파동은 석유파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은 떨어지고 근로자도 더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의 인상은 제품가격 인상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므로 더 심각하다. 기업인들은 우선적으로 고용을 줄일 것이고 셀프서비스나 자동화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 자신에게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다. 영세 기업인들은 영업을 포기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당연히 소비를 줄일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화학물질등록평가기준(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의 강화도 그렇다. 소비자를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유해 화학물질을 1300개로 늘려서 모두 등록시키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환경에 가장 민감한 유럽연합(EU)도 174개만 신고하게 하면서 시늉만 내는 듯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화학물질 하나를 등록하는 데에만 수억원이 드는데 이는 직접적인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화학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상품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는 수출품 가격을 인상시켜서 수출경쟁력을 현격하게 떨어지게 하는 자충수로밖에 볼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대상은 국내 기업이 아니라, 개방된 경제체제에서 외국의 다양한 지배구조와 세계 최고의 자원으로 무장한 다국적 기업들이다. 적어도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 우리 기업인들이 신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공약이라고 시행하는 이런 제도들의 또 다른 문제는 기업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점이다. 아무리 새로 사업을 하고 싶어도 사업할 마음이 가시게 하는 제도들이다. 이는 의욕과 아이디어가 충만한 근로자들에게 기업인이 되는 진로를 틀어막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정책을 펴야 한다. 나아가 사람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좋을 것이라는 환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중심의 경제’일 수 없다.

아울러 기업인을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상상을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인들은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을 파는 ‘사람을 위한 경제’를 만들어 갈 것이다.

김원식 < 건국대 교수·경제학 wonshik@kk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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