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 문화 주도하는 3040 골드미스

입력 2017-11-10 18:35   수정 2017-11-13 18:39

수고한 나를 위해…퇴근후 'Bar'로 간다


[ 이유정 기자 ]
그녀의 첫 술은 소주였다. 한 푼이 아쉽던 대학 시절, 학교 근처에서 돈 얼마 안 들이고도 기분 좋게 취할 수 있게 해줬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술이었다. 맥주도 물론 함께 마셨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맥주나 소맥(소주+맥주)에 고주망태가 돼 집에 갔다. 연차가 쌓이고 억지로 술 마실 일이 줄어들자 먹고 싶은 술을 찾아나섰다. 그렇게 와인과 수입·수제맥주에 눈을 떴다. 펍에 가기도 했지만 마트에서 사와 집에서 ‘혼술’을 즐길 때도 많았다.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것 같던 그의 ‘알코올 라이프’는 친구에게 이끌려간 바에서 또 한번 전기를 맞았다. ‘아재의 술’로만 여기던 위스키, 술 못 마시는 사람이나 마신다고 생각한 칵테일이 ‘인생술’이 됐다.


고급 위스키를 잔으로 즐기거나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바가 또 다른 주류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분위기와 맛, 멋을 따지는 30~40대 ‘골드미스’들이 이 시장의 주인공이다. ‘부어라 마셔라’식의 기존 술문화에 이골이 난 남성 가운데 바를 찾기 시작한 사람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골드미스와 일부 남성의 ‘변심’은 늘어난 바 숫자에서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20가지 이상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파는 바가 전국적으로 250여 개, 서울에만 20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이런 바는 10개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서울 청담동과 한남동에 수십 곳이 몰려있다. ‘볼트’ ‘르 챔버’ ‘루팡’ ‘앨리스’ ‘찰스 H’ 등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곳이 됐다.


이 중 다수의 바는 비밀스러운 콘셉트를 내세우는 스피키지바(speak-easy bar) 형태다. 스피키지바는 1920~1930년대 대공황 여파로 미국 정부가 금주령을 내렸을 때 몰래 술을 팔던 곳이다. 꽃집 등으로 위장하거나 간판을 떼고 비밀리에 영업했다. 스피키지바란 이름도 손님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이야기한 데서 유래했다.

특이한 입구로 소문이 난 바도 있다. 서울 청담동 앨리스는 작은 꽃집을 지나가야 들어갈 수 있다. 초창기엔 꽃집을 보고 당황해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르 챔버 출입구는 문이 아니라 책장으로 돼 있어 특정 책을 빼야만 자동문이 열린다.


바가 급격하게 늘자 펍 같은 느낌을 더한 캐주얼한 바, 진과 보드카 같은 화이트스피릿(무색 증류주) 위주로 파는 전문점,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바 등으로 차별화한 곳도 많아졌다. 르 챔버의 세컨드 브랜드로 박성민 바텐더가 운영하는 스틸은 가짜 문으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스피키지바다. 미국 증류소를 본뜬 인테리어와 조명, 음악, 라이브 음악 등을 통해 기존 스피키지바보다 캐주얼한 느낌을 내세운다.

디아지오의 브랜드 앰배서더 출신인 장동은 바텐더가 운영하는 화이트바는 스위스 금고를 본뜬 인테리어로 개인 술을 보관하는 금고가 따로 있다. 국내 최초로 화이트스피릿바를 내세운 이곳은 100여 종의 진을 판다. 국내에서 정식 유통되는 진은 40여 가지지만 영국에서 직접 술을 들여온다. 앨리스바를 운영하는 김용주 바텐더가 연 겟올라잇은 1940년대 뉴올리언스 재즈클럽을 콘셉트로 재즈와 탭댄스 등 다양한 공연 및 바텐딩을 볼 수 있다. 성중용 월드클래스바 아카데미 원장은 “몰트바, 스피키지바 등 비슷한 콘셉트이던 바들이 각자의 개성을 내세우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술문화의 변화 때문이다. 취하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의 변화다. 조금을 마시더라도 술을 알고 즐기면서 프라이빗하게 마시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세계대회에서 수상한 전문 바텐더들은 이 시장의 또 다른 주역이다.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는 김지민 씨(38)는 “원하는 느낌을 말하면 내가 원하는 맛에 가장 가까운 위스키나 칵테일을 내주는 게 좋아서 바를 자주 찾는다”며 “나를 알아주는 바텐더, 프라이빗한 분위기와 음악, 발 빠른 서비스 때문에 혼자 가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들 바의 특징을 크래프트맨십(장인정신)을 갖춘 바텐더들이 ‘높은 품질의 술’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곳으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바에서 100여 종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포함해 300여 종을 판다. 한남동의 더부즈와 커피바K 등 싱글몰트만 300~400여 종에 달하는 곳도 있다. 본인들만의 레시피로 개발한 시그니처 칵테일도 수십~수백 가지다.

바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도 커졌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인 IWSR에 따르면 한국에서 판매된 싱글몰트 위스키는 2012년 5만5000상자(한 상자는 9L)에서 2016년에는 7만3000상자로 늘었다. 전체 위스키 시장은 9년째 쪼그라들고 있지만 싱글몰트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3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