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 공평·양성평등의 원칙 실현

입력 2017-11-10 18:51  

<26> 공무원퇴직연금과 재산분할 (대법원 2014년 7월16일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




민법 제839조의 2 및 제843조는 이혼 시 일방이 다른 일방에 혼인 중에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해 분할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한다. 따라서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고유 재산 또는 혼인 중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 등은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특유재산이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협력은 적극적인 재화 출연이나 노무 제공만이 아니라 가사노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것도 포함된다.

공무원 퇴직급여는 퇴직공무원의 생활 안정과 복리 향상을 위한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과 공무원이 기여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후불 임금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지만(헌법재판소 1998년 12월24일 선고 96헌바73 결정), 종전에 대법원은 퇴직연금을 지급받고 있는 경우에도 여명을 확정할 수 없어 향후 수령액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다만 재산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하면 족하다고 봤다. 그럼에도 일단의 하급심 법원은 퇴직연금 수급권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했고, 대법원은 ‘2014년 7월16일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의 입장을 변경했다. 이혼 당시 부부 중 일방이 공무원 퇴직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경우 이미 발생한 퇴직연금 수급권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해 퇴직연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사건의 원고는 피고와 혼인 전인 1989년 9월부터 자영업을 하다가 혼인 후인 1995년 9월께 폐업한 뒤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가사를 전담했다. 피고는 원고와 혼인 이전인 1977년 2월께부터 공무원으로 재직했고 2006년 6월 정년퇴직한 이후 공무원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원고와 피고는 약 15년간 혼인생활을 했는데 피고가 29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 중 혼인기간은 13년이었다.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당시에 피고가 공무원 퇴직연금을 실제로 수령하고 있는 경우에 원고는 피고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장차 수령할 퇴직연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고 피고는 피고의 여명을 확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금·기타 재산 구분해 분할 비율 정해

대법원 판단은 이랬다. 퇴직급여 수령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 근무가 필요한데, 그런 근무에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퇴직급여 역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볼 수 있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나아가 재산분할에서 고려하는 제반 사정에 비춰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권에 대한 기여도와 다른 일반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 재산을 대상으로 하나의 분할 비율을 정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권과 다른 일반재산을 구분해 개별적으로 분할 비율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민법이 정한 재산분할 취지에 비춰볼 때, 재산분할 비율은 개별 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와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해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해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분할 대상 재산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를 유지해 왔다(대법원 2002년 9월4일 선고 2001므718 판결 등).

이런 견해에 따라 이 사건 하급심 법원은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권과 다른 일반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재산의 재산 형성 경위 △원고와 피고의 실질 혼인생활 기간이 약 15년 이상인 점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중 아파트는 피고가 원고와 혼인하기 전에 취득한 재산이고 그 외 대부분 재산은 피고의 급여로 형성된 점 △피고가 주식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점, 반면에 원고는 △별다른 재산이 없고 △대부분 혼인생활 동안 가정주부로 지낸 원고에 대한 부양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재산분할 비율은 원고 30%, 피고 70%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리고 피고는 원·피고의 순재산 합계액 중 30%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원고의 순재산을 공제한 금액을 피고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하급심은 또한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공무원 퇴직연금도 분할 대상에 포함시켜 피고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수령하는 퇴직연금액 중 마찬가지로 30% 비율에 의한 돈을 매월 말일에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연금의 사회보장급여 성격 고려

그런데 대법원은 피고의 공무원 연금 수급의 기초가 되는 재직기간이 모두 29년인데 그중 원고와의 혼인기간이 13년이어서 그 혼인기간이 피고의 전체 재직기간의 40% 정도임에도 원심과 같이 퇴직연금의 30%를 원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실질적 혼인기간의 고려라는 점에서만 보면 그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과 같은 결과가 돼 부당하므로 당사자 사이의 형평에 부합하도록 퇴직연금 분할 비율을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 판시에 따르면 혼인기간과 재직기간이 동일하더라도 공무원 연금 분할 비율은 25%를 초과하지 못한다. 연금의 절반은 사회보장적인 급여로서의 성격을 고려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후불 임금적인 성격인 절반만 분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이 계기가 돼 2015년 6월22일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연금을 후불 임금인 재산권적 성격으로만 파악해 국민연금과 같이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액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협의나 법원의 재산분할 판결 등을 통해 지급 비율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해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이는 대법원이 판시한 분할 비율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공평성이 재산분할의 본질

부부가 이혼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 형성한 재산관계를 공평하게 청산하는 것이 재산분할의 본질이다. 위 판결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실질적 공평과 양성평등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구현했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배우자가 현재 매월 상당한 금액의 연금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그의 여명을 알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퇴직연금 수급권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해 예금 등 다른 채권으로 변환한 경우에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반면 퇴직급여채권을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한다면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특히 퇴직연금 수급권이 유일한 재산이고 분할할 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재산분할을 할 수 없어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심각하게 해할 수 있다.

더구나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중 상대방 배우자의 공적연금을 함께 향유할 것으로 기대하고 별도의 노후보장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경우에 연금 분할은 상대방 배우자의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다.

위 판결은 이런 점을 고려해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 중이어서 그 여명 및 액수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라도 이를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고 이는 공무원연금법에 분할연금 규정이 신설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 원칙은 '균등분할'…혼인기간·소득형성 기여 등 종합 고려

대법원이 2012므2888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것 중 하나는 국민연금법에 따른 연금 분할이 인정되는 이상 공무원퇴직연금에 대해서만 분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국민연금법은 배우자의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했고 60세가 됐으며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인 경우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의 위 판결이 계기가 돼 2015년 6월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국민연금과 같이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액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급 비율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연금법도 2015년 12월 특례 규정을 신설, 노령연금을 분할하는 경우에도 민법이 정한 재산분할제도를 통해 실질적 혼인생활 기간, 소득 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을 종합 고려해 연금액을 분할할 수 있게 했다.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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