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분만 더"… 청와대가 밝힌 'DMZ 회동' 불발 비하인드 스토리

입력 2017-11-11 16:58   수정 2017-11-11 20:08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무산된 가운데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청와대가 11일 공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기자단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전했다.

DMZ 방문에 관해 ‘운을 뗀’ 사람은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열린 한·미 단독 정상회담 끝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날 판문점 방문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이 좋은 생각인지를 문 대통령에게 다시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만약 시간을 내어 간다면 동행할 뜻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같이 가면 아주 좋을 것이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로써 한·미 정상간에 ‘DMZ 회동’은 전격 합의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가서 맞이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7시01분 전용 헬기를 타고 청와대를 떠났다. DMZ 방향인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안개가 심해져 문 대통령이 탄 헬기는 오전 7시15분께 파주의 한 육군 항공부대에 착륙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육로로 이동하기로 하고 헬기에서 약 30분쯤 기다렸다. 오전 7시45분 경호 차량이 도착했고, 문 대통령은 차를 타고 DMZ로 다시 향했다.

이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용산 미군부대에서 이륙했다. 하지만 10분 뒤인 오전 7시55분 미국 측 헬기가 일산 상공에서 용산으로 회항한다고 우리 측에 연락을 해왔다. 문 대통령과 함께 동행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박수현 대변인이 차를 세우고 약 5분 동안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 후 우리 측은 그대로 이동하되 미국 측 헬기가 DMZ에 도착하지 못하면 단독행사는 열지 않고 언론에 진행 과정만 브리핑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8시16분 공동경비구역(JSA) 최전방초소 OP올렛에 도착했다. OP올렛은 군사분계선(MDL)에서 25m 떨어진 북한과 가장 근접한 경계초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면서 이곳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때 미국 측은 우리 측에 10분 간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로 복귀하지 않고 용산기지에 대기하며 기상상황을 살피고 있다며 3~4차례 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상 상태가 좋지 않으니 숙소로 복귀하자는 참모들의 잇단 건의에도 여러 차례 “10분만 더”를 얘기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안개 상황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전 9시5분께 우리 측은 미국 측으로부터 일정상 더 이상 진행이 어렵겠다는 최종 연락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전용 차량을 타고 청와대로 되돌아 왔다.

박 대변인은 “긴박했던 상황 전개와 안개를 뚫고 가야하는 긴장감, 제 시간에 차량이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감,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 도착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 허탈감 등 만감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동행했던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최종 무산되자 “팽팽했던 고무줄이 딱 끊어질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며 당시 감정을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날인 지난 10일 저녁 만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들에게 한국의 DMZ에 방문하지 못한 데 대해 여러 차례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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