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톡] 중국 금융시장 개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입력 2017-11-13 10:26   수정 2017-11-13 15:3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열린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시장 개방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차관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 경제 성과’를 설명하면서 중국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 제한을 없애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중국은 현재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 상한을 단일 지분은 20%로, 합산 지분은 25%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또 증권회사와 선물회사, 자산관리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 상한도 우선 현재의 49%에서 51%로 높인 뒤 3년 안에 상한을 아예 없애겠다고 했습니다. 중국 생명보험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도 3년 내에 51%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5년 후에는 규제를 모두 없애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주 차관은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배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제대로 시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외국 금융회사는 드디어 중국 금융시장의 빗장이 풀리게 됐다며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생각하는 만큼 좋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쟁 과열과 과도한 부채, 수익성 악화 등 중국 금융분야의 펀더멘털 문제를 고려하면 10년 전과 비교해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마디로 중국 시장에서 크게 먹을 게 없다는 거지요.

우선 중국 금융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금융회사의 수익성마저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수익성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인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금융회사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9%에 불과합니다. 2011년 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지요. 중국 통신업체와 헬스케어 기업의 평균 ROA가 모두 4%를 넘는 것에 견줘도 역시 낮은 수준입니다.

중국 금융당국이 증권과 펀드 분야의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외국계 금융회사엔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고율의 자산관리상품(WMP)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레버리지가 과도한데다 원래 투자처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작년 말까지 WMP 자산은 네 배가량 성장해 3조1000억위안(약 521조80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엔 2조6000억위안으로 줄었습니다.

WSJ는 이 같은 요인이 중국 내에서 외국계 금융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에선 중국 금융시장 개방으로 HSBC, 스탠다드차타드, UBS 등 대형 은행만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회계컨설팅기업 언스트영(EY)은 이미 중국 금융회사의 덩치가 커져 대형 은행만 중국 금융회사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도 이번 조치에 대해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국내 은행은 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과 주재원, 교민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만큼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거지요. 한국 기업의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주재원과 교민 수도 줄어들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엔 신한 하나 KB국민 우리 IBK기업 등 8개 은행이 진출해 있는데요. 이들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030억원에서 2013년 497억원, 2015년 235억원, 지난해 255억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내 은행은 오히려 시장 개방보다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없어지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규제에 막혀 제대로 영업활동을 해오지 못한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증권사는 지분 제한 규제 탓에 금융투자업을 하지 못하고 정보수집 등의 업무만 해왔습니다. 중국에 사무소를 낸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KTB 동부 케이프 NH 하나 한국 등 7곳입니다. 이번 조치로 향후 국내 증권사가 중국 금융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기를 기대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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