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빌 게이츠가 돈 쓰는 법

입력 2017-11-15 17:5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어제 교육·빈곤 해결을 위해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또 기부했다. 알츠하이머(치매) 퇴치 기금 1억달러(약 1120억원)를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그는 지난 6월에도 46억달러(약 5조1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말라리아 퇴치금으로 내놨다.

24년째 세계 부자 1~2위를 지키고 있는 갑부답게 기부 금액도 남다르다. 그의 재산은 현재 886억달러(약 100조원)다. 2000년 자신과 부인 이름으로 세운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에 주식을 거의 다 기부하고 1.3% 지분만 갖고 있는데도 하루 100억원씩 재산이 늘고 있다.

19세 창업 이후 ‘윈도 제국의 황제’가 된 그는 존경받는 부호의 상징이다. 경제학자들이 기회비용을 설명할 때 “게이츠는 초당 140달러를 벌기 때문에 100달러 지폐가 떨어져 있어도 허리 굽히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갈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2008년 현업에서 손을 뗀 뒤로는 ‘기부 황제’로 더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의 제2 인생 목표는 돈을 잘 버는 게 아니라 ‘잘 쓰는 것’이었다. 그는 빈민가 교육환경 개선에 18억5000만달러, 대학생 장학금에 5억달러 등 교육 분야부터 지원했다. 공교육 후원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이어 향후 5년간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질병 극복을 위해서도 거액을 내놓았다. 소아마비 퇴치 3억5500만달러, 결핵·말라리아 백신 개발 2억5300만달러, 중국 결핵 퇴치 3300만달러, 어린이 치료약 연구 970만달러…. 지난해에만 전 세계 보건사업에 29억달러를 지출했다.

그가 기부한 현금과 주식 총액은 350억달러(약 39조원)에 이른다. 기부 당시의 주식 가치를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500억달러가 넘는다. 그렇게 쓰고도 재단 기금이 360억달러나 남았다. 하루에 450만달러(약 50억원)씩 기부해도 20년 이상 쓸 금액이다.

그는 세계 최대 자선재단을 운영하면서도 자녀 셋에게는 각각 1000만달러만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부호들에게 기부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오랜 친구 워런 버핏이 “나보다 더 돈을 잘 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환원재산을 그의 재단에 다 맡길 정도로 기부 효율성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어디 빌 게이츠뿐인가. 석유왕 록펠러는 거액의 재산으로 시카고대와 병원·의학연구소·교회를 설립했고, 강철왕 카네기는 2500개의 도서관과 카네기공대(현 카네기멜론대)를 세웠다. 모두가 맨땅에서 시작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인물들이다.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말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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