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내로남불 정쟁' 난무한 6개월

입력 2017-11-22 18:34   수정 2018-03-19 11:49

여야 바뀌자 인사·예산 기준 정반대
'네 탓' 공방 접고 원칙과 제도 만들 때

서정환 정치부 차장 ceoseo@hankyung.com



지난 6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버럭’했다. 그는 “운영위 행태와 발언은 한국 정치의 축소판”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쏘아붙였다. 한국당 의원들이 노트북 모니터에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라고 쓰인 종이를 붙인 게 발단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을 향해 “이런 구호 만든 게 야당 시절 민주당 아니냐. 지적하려면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에 대해선 “한국당이 민정수석 출석을 요구하려면 박근혜 정권 때 우병우 수석 출석을 방해한 것부터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야당이 여당 되고 여당이 야당 됐다고 과거를 다 잊으면 후진적이란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국이었다. 9년 만에 여야가 바뀌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몇 달 전 자신들이 한 말과 행동은 기억에 없었다. 공방의 시작은 인사청문회였다. 민주당은 적임자라며 후보들을 무조건 감쌌고 한국당은 “내로남불의 왕”이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 기준’은 여야에 따라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세 명이 중도 낙마한 끝에 지난 21일에야 1기 내각 구성을 마쳤다. 새 정부 출범 후 195일 만이다.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서는 민정수석의 출석을 놓고 작년과 정반대 논리로 한바탕했다. 한국당은 인사 파행의 책임을 물어 조국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과거의 관행을 이유로 조 수석 불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국감장이나 국회 본회의 피켓시위를 놓고선 “뭐 하는 짓이냐”와 “민주당이 먼저 했다”며 맞섰다.

예산정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2018년도 예산안을 ‘7대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했다.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북한 퍼주기’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때 편성한 2017년 기금보다 오히려 줄어든 규모라고 반박했다. 법안을 놓고서도 양당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방송법이 대표적이다. 작년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 어느 한쪽이 반대하는 인사는 공영방송 사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랬던 민주당이 요즘 개정안 처리를 미적거리고 있다. 거꾸로 한국당이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선진화법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된 민주당은 “이제는 손볼 때”라며 개정에 적극적인 반면 한국당은 “협치 정신이 내포된 법”이라며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6개월 정가는 내로남불 정쟁만 난무했다. 원칙을 세우고 법이나 제도를 고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청와대는 22일 문재인 정부의 인사 기준을 정비해 발표했다. 이 역시 국회가 수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여야가 합의할 때만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인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 얘기는 쑥 들어간 지 오래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2차, 3차 개각 때도 내로남불 난타전이 재연될 게 뻔하다.

정치의 첫 번째 과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정치를 신뢰하고 정치 세력 간 건강한 대결과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는 ‘네 탓’ 공방을 접고 역지사지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고 원칙과 제도를 만들 때다. 로맨스와 불륜의 판단은 국민이 하면 된다.

서정환 정치부 차장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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