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11) 회사 워크숍에 딸 데려간 민폐 워킹맘

입력 2017-11-29 08:54  



1년에 한 번. 회사 전 직원이 강화도로 1박 2일 워크숍을 가는 날.

공식적으로 외박할 명분이 생긴 워킹맘은 간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움(?)에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직원들이 막 차량을 나눠타고 출발하려는 그 때.

타이밍도 절묘하게 어린이집에서 걸려온 전화. 왠지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ㅇㅇ이가 목이 아프다고 울고 움직이질 못해요. 지금 데려가실 수 있으실까요."

이게 웬 날벼락인가. 아침에도 멀쩡했는데.

오늘도 어린이집에 출동해서 아이를 구원해 줄 사람은 나뿐인데 어쩔 수 없었다.

난 후발대로 가겠노라 양해를 구했고 회사 동료들은 먼저 워크숍 장소로 출발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어린이집에 도착해 보니 아이는 엄마를 보고 구세주를 만난 양 눈물을 글썽거린다.

등원해서 오전 간식 먹을 때도 괜찮았다는데 어느 순간 목을 삐끗했던지 울기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잠 잘못 잤을 때 목을 못 돌리는 것처럼 약 35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조금만 움직여도 목이 아파서 쩔쩔매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근육통이라며 약을 주셨지만 당장 좋아질 증상은 아니었다.

고개를 삐딱하게 겨우 걷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다시 보낼 수도 없고, 팀장은 나 포함 두 명 뿐인데 그렇게 회사 공식행사인 워크숍을 혼자 빠질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먼저 간 팀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눈치 불구하고 아이를 태워 강화도로 향했다. ㅠㅠ.

회사 직원들은 강화도 인근에서 식사를 마친 뒤 일정에 따라 ATV((all-terrain vehicle: 험한 지형에도 잘 달리게 고안된 소형 오픈카) 체험장에 모여 있었다.

ATV 체험장에 아이를 데리고 도착하자 동료 및 후배들은 위로 반 걱정 반 눈빛을 보내며 ATV에 몸을 실었다.

장난삼아 "너도 타보고 싶어?"했더니 웬걸. 성치도 않은 고개를 끄덕인다.

살살 타는 시늉만 내야지 싶어 유아용 헬멧을 씌우고 앞자리에 태웠다.



아무리 살살 타려 해도 울퉁불퉁 바닷가 자갈 탓에 충격이 여간 세지 않다.

걱정이 돼서 수차례 "괜찮아? 괜찮아? 안 아파?"했는데 마냥 신난 얼굴이다.

에라 모르겠다. 바닷가 코스를 50분간 질주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체험이 끝나고 아이를 보니 엥? 삐딱했던 고개가 어느새 멀쩡해져 있는게 아닌가.언제 아팠냐는 듯 고개도 자유자재로 돌리고 있었다.

자갈밭 덜덜거리며 달리는 ATV 진동으로 인해 마사지 효과가 있었나 보다며 회사 직원들은 웃음을 빵 터트렸다.

그렇게 직원들의 배려 속에 아이와 함께한 우여곡절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평생 잊히지 않을 역대급 워크숍이었다.

그날 저녁, 유치원에서 하원한 첫째 딸은 아빠로부터 엄마가 동생을 데리고 회사워크숍에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왜 나만 빼놓고 동생만 데리고 갔느냐. 나도 당장 데려가라"고 대성통곡했다는 후문.

머리카락으로 여러개의 손오공을 만들어내는 분신술이 너무나 절실한 요즘이다.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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