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그 겨울, 달콤했던 학림다방 비엔나커피

입력 2017-11-30 20:23  

(16) 비엔나커피


[ 김보라 기자 ] 학림다방에 앉아 있습니다. 2000년대 대학 다닌 이들에게 이곳은 그저 서울 대학로의 오래된 커피 가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삐걱대는 낡은 나무 계단, 한 곳을 빼곡하게 채운 수많은 LP판, 조금 불편한 의자. ‘다방’이라는 이름까지. 시간이 지난 뒤 알았습니다. 60년 넘게 이 자리는 수많은 대학생과 젊은 지식인, 문화 예술인의 사랑방이었다는 것을. 지금 읽는 시와 소설, 흥얼거리는 음악까지 대부분 이 공간을 거쳐 탄생했다는 사실을. 언제부턴가 이곳에 앉아만 있어도 역사의 티끌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더군요. 특히 이렇게 코끝 시린 12월이면 학림다방에 앉아 가만히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1970~1980년대 전성기를 보낸 학림다방은 커피의 역사와도 함께합니다. 원두커피가 흔하지 않던 시절 원두를 로스팅해 커피를 내렸지요. 에스프레소 기계도 다른 카페보다 빨리 들여왔다고 합니다. 4대 사장인 이충렬 씨는 학림다방 건물 옆 좁은 골목길에 로스팅해 커피를 직접 내려주는 학림커피도 냈습니다.

겨울의 학림다방에선 비엔나커피가 대표 메뉴입니다. 정작 비엔나에는 없다는 그 비엔나커피. 학림다방의 비엔나커피는 거품 낸 우유를 섞은 커피 위에 단단한 식물성 크림을 올리고, 설탕을 넣어 달콤한 맛을 냅니다. 추운 겨울 이 비엔나 커피 한 잔이면 살아보지도 않은 그때로 돌아가는 상상에 빠집니다.

달콤한 크림의 첫맛, 쌉쌀한 커피의 뒷맛 때문인지 비엔나커피는 겨울과 유난히 잘 어울립니다. 오죽하면 ‘키스를 부르는 커피’라는 별명까지 생겼을까요. 비엔나커피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해 300년 넘는 역사를 지녔습니다. 현지에선 ‘아인슈패너’,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는 뜻으로 불린다지요. 옛 마부들이 마차에서 내리기 힘들어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는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은 커피를 마신 게 시초라고 합니다. 커피에 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얹어 ‘비엔나 멜랑주’라고도 불리는데, 마시는 방법도 따로 있습니다. 크림은 절대 스푼으로 뜨지 말고 잔을 그대로 들고 마셔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요. 2~3년 전부터는 비엔나커피 전문점까지 생겼습니다. 망원동의 커피가게 동경은 한 시간씩 대기해야 비엔나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광화문 커피스트, 서교동 밀로커피, 합정동 드니로, 연남동 228-9, 서교동 테일러커피의 크림모카까지. 겨울이 되자 ‘비엔나커피 성지’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12월의 첫 주말입니다. 내 옆의 가장 소중한 사람과 달콤쌉쌀한 비엔나커피 한 잔 어떨까요.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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