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 "대통령이 총리·장관과 인사권 분점해야 '청와대 줄서기' 막을 수 있다"

입력 2017-12-01 18:17  

회고록 '공인의 길' 펴낸 고건 전 총리

내각제·이원집정부제보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수선해서 쓰는 게 낫다

광화문 달군 촛불 절규는 공인정신 소멸과 불통 탓
지역구 차점자 비례대표로 총선 '석패율제' 도입하면
정치 크게 달라질 것



[ 김형호 기자 ] “지난 겨우내 광화문을 달군 절규는 공인 정신의 소멸과 소통의 부재에 대한 전 국민적 절망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고건 전 국무총리(사진)는 1일 공개한 《고건 회고록: 공인의 길》에서 “회고록의 핵심 주제인 공인의 길과 소통의 문제야말로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장 중심적인 과제”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이같이 진단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국무총리 두 번, 서울시장 두 번, 장관 세 번, 최연소 전남지사(당시 37세) 등을 역임한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회고록은 2013년 펴낸 《국정은 소통이더라》를 보충한 증보판이다.

고 전 총리는 촛불 정국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직전 박 전 대통령에게 진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정말 답답했다. 오만 불통 무능…. (대통령을) 하지 말고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해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16년 10월3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사회 원로 몇 명과 함께 차를 마시며 ‘국민 의혹과 분노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표명하고 국정 시스템을 혁신해 새로운 국정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진언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탄핵안이 발의·가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에게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면서 진영대결에 앞장선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박근혜를 검증하지 않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고 전 총리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권력개편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남북 대립 상황에서 내각책임제 등을 새로 학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대통령제를 해오면서 ‘이런 점은 잘못됐구나’ 느낀 것을 고치고 수선해서 쓰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치와 외치를 구분한다는데 어불성설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이원집정부제에도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그러면서 “개헌이 중임제 등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차원이라면 국무총리가 아니라 국무조정총리로 역할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행정 각부의 실·국장급 인사권을 총리와 장관에게 부여하는 인사권 분점이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청와대 줄서기 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87년 민정당 선거제도위원장 당시 있던 소선구제 관련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고 전 총리는 “통민당만 합의하면 끝나는 것이었는데 YS(김영삼)가 설악산에서는 중선거구제에 서명했다가 이틀 뒤 속리산에서 소선거구제로 바꿨다. 이건 숨겨진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소선거구제가 민주화에는 도움이 됐다고 해도 그 뒤 호남당 영남당 등 지역패권 정당을 낳는 폐단이 많았다”며 “일본식으로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 차점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뽑는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정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시간을 ‘내 인생 가장 길었던 63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에서 복귀한 날 청와대로 들어가 ‘이제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십시오’라고 사의를 표했다. 그런데 사흘 뒤 새 장관들의 임명제청을 해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비서실장을 두세 번 보냈다. 마지막에는 내 사표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완전히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회고록 발간에 앞서 지난달 30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사인(私人)으로 돌아가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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