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천고의 밀림 속 마야문명… 그 미로를 탐험하다

입력 2017-12-03 15:15  

멕시코·과테말라 … 마야문명 유적지

수수께끼의 마야문명은 오늘날의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과테말라, 유카탄 반도 전역과 온두라스 일부에 퍼져 있는 중앙아메리카의 고대 문명을 말한다. 그 기원은 놀랍게도 기원전 2000~3000년께로 추정되며, 6~10세기에 이르기까지 중앙아메리카를 지배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오늘날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마야 유적의 대부분은 열대 밀림 속에 자리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유카탄 반도를 비롯한 열대 우림 지역에 터전을 잡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마야문명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집권 단일지도체제가 아니라 수많은 부족의 집합으로서 도시국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적들도 밀림 속
도처에 흩어져 있어 마야문명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마야문명의 속살로 가는 길은 마치 미로를 탐험하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팔렝케 유적, 18세기 세상에 알려져

멕시코의 치아파스주에 있는 ‘팔렝케’를 찾아가는 길은 먼 길이었다. 이 일대는 원주민으로 구성된 사파티스타 반군이 출현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경계가 삼엄하고 검문검색이 철저했다. 밀림 속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치아파스주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인 산크리스토발을 떠난 버스는 물결에 춤추듯 기우뚱거리면서 10여 시간을 달렸다.


긴 터널 같은 느낌을 받는 밀림 속 여행은 안락한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멀미로 온몸에서 힘을 빼가고 정신까지 몽롱하게 했다. 그것은 비단 빙빙 도는 찻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과거의 세계, 그것도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마야의 세계를 찾아가는 길이기에, 이 어두컴컴한 밀림 길이 마치 블랙홀처럼 작용해 어떤 강한 흡입력에 휩쓸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마야 유적 가운데서도 훌륭한 것 중 하나로 알려진 팔렝케 유적. 이 유적에 대한 소문은 18세기 중엽부터 있었다고 하나, 실제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뒤의 일이라고 한다. 이 유적에 대해서 처음으로 기록한 이는 치아파스주에서 파견된 아기알 신부라고 하지만 가장 자세한 보고서를 낸 사람은 포병대장 안토니오 델 리오라고 한다. 그의 보고서는 지하통로, 석조의 수도(水道) 등을 발견한 것을 비롯한 주도면밀한 것이었지만, 발굴 과정에서 제멋대로 유적을 파괴하기도 했다.

피라미드 지하통로에 왕묘의 입구 있어

이 팔렝케 유적이 세계인을 놀라게 한 것은 이곳의 한 피라미드, 즉 지금의 ‘비명의 신전’이라고 이름 붙은 피라미드 지하통로에서 왕의 분묘가 발견되면서부터다. 높이 22m, 69단의 급한 계단을 올라가면 천장이 마야 아치로 된 신전이 있다. 이 신전 바닥에서 1949년 멕시코의 고고학자 알베르토 루스가 놀랍게도 아래로 내려가는 단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은 그 가파른 돌계단들이 하도 많은 사람이 오르내리면서 번들번들하게 윤이 나 있지만, 발견 당시에는 흙과 모래로 가득 차 있었다. 4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그것들을 제거하고 보니 위장한 묘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왕을 따라 순사(殉死)한 6인의 유체가 있었다. 더 조사해 본 결과 막다른 곳의 왼쪽에 커다란 삼각형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왕묘로 들어가는 입구였던 것이다.

희미한 조명 아래 지하통로는 제법 으스스했다. 밑으로 한없이 내려가는 계단은 가파를 뿐만 아니라 아차 하면 미끄러져 이 무덤 속에 그대로 묻혀야 할 판이기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됐다. 도굴꾼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지하에서 다시 지하로 통로는 계속 이어졌다. 잔뜩 긴장한 가운데서도 이 지하통로야말로 마야시대로 빨려들어가는 어떤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주선 내부와 닮은 문양이 화제

역시 통로의 막다른 곳에 묘실이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묘실의 천장은 마야 아치로 돼 있고 벽에는 저승 왕이 묘사된 벽화가 있다고는 하나 희미해서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곳의 석관 안에서 가면을 비롯해 온통 비취투성이인 ‘파칼 왕’의 미라가 발견됐다. 그 비취 가면과 미라는 지금은 모두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지만 세인들을 정작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석관의 뚜껑에 조각돼 있는 문양이었다. 5t이나 되는 석판에 인간, 신, 식물 및 마야 문자가 빈틈없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는데, 그 문양의 전체 흐름이 우주선 내부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것이다. 마야의 신관이 우주선을 조정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이 문양으로 인해서 ‘팔렝케의 우주인설’이 나왔고, 마야문명을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를 뒤덮고 있는 열대 숲의 바다에는 몇백 개의 마야 유적이 깔려 있는데 그 대부분이 이처럼 밀림 깊숙이 감춰져 있어 접근하기가 무척 힘들다. 그중 일부분인 몇 개만이 정돈돼 관광객을 맞고 있는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우물가의 집’이라는 어원을 가진 ‘치첸이트사’와 ‘마법사의 피라미드’로 유명한 ‘욱스말’ 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그리고 스페인 탐험대가 최초로 봤다던 ‘툴룸 신전’과 ‘캄페체의 요새’도 짙푸른 카리브해를 바라다보는 언덕 위에 지금껏 초연하게 서서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고 있다기에 밤새 밀림 길을 구불텅거리며 달리고 달렸다.

여자와 어린이 산 제물로 바치기도

밀림 속의 광대한 부지에 흩어져 있는 치첸이트사의 유적군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피라미드 ‘카스티요’에 올랐다. 사방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전사의 신전’ ‘천문관측탑’ ‘후에고 데펠로타’ 등 정글 속의 유적들이 신비스럽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어딘가로 작은 길이 이어지는데, 그것은 ‘세노테’라는 그 유명한 전설의 샘으로 가는 길이었다. 사실 이 치첸이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 전설의 샘 세노테일 것이다. ‘성스러운 샘’이라고 번역되는 이곳은 사방이 울창한 밀림으로 둘러싸인 평평한 곳에 난데없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괴상한 곳이다. 석회암질의 이 구멍은 직경 66m, 깊이 20m 정도의 천연 샘인데, 당시 마야인들은 이곳에 비의 신이 살고 있다고 믿고 필요할 때마다 여자와 어린이들을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이런 애한이 서려서인지, 현대인이 지금 봐도 어쩐지 음산하면서도 성스럽게만 느껴진다.


욱스말은 유카탄 반도의 관광 거점 도시이자 주도인 메리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마야 전후 고전기 양식의 건조물이 즐비한 이곳은 치첸이트사에 비해 면적은 좁지만 기복이 심해서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날씨에 오르락내리락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입구 곁에 우뚝 솟아 있는 ‘마법사의 신전’이라는 이름을 가진 피라미드는 계단이 급경사져 있어 30m 높이의 신전까지 오르는 데는 쇠사슬을 잡고 올라야 할 정도였다. 난쟁이 혼자서 하룻밤 사이에 만들었다는 이 신전의 꼭대기에는 기묘한 우상들이 조각돼 있어 오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스페인군에 의해 문명의 종지부 찍어

마야 최후의 도시는 유카탄 반도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는 ‘티칼’이다. 지금의 과테말라에 속한 이곳은 마야 고전기 문명의 최대 도시로서 17세기 말엽까지 독립을 유지하면서 번영했다.


하지만 1697년 마야 전멸 소탕전에 나선 스페인군 일대가 이곳에 침투해 인근의 ‘엘 페텐’ 호수가 핏빛으로 변할 정도의 처절한 학살을 자행함으로써 마야 최후의 도시는 그 자취를 감췄고, 3700년에 걸친 유구한 문화는 이로써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천고(千古)의 밀림 속에 솟아오른 거대한 피라미드군(群)의 장관은 마야 문명권 전 지역을 통해 가장 빼어난 건조물이라고 고고학자들은 말한다. 유적의 중심부인 ‘그란플라사(대광장)’의 1호 신전과 그 맞은편 2호 신전의 장대한 모습은 물론이요, 숲속에 우뚝 솟아 있는 4호 신전에 올라 드넓게 펼쳐지는 대밀림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은 마야문명권을 답사하는 여정의 극치를 보여준다.


온갖 미스터리에 휩싸여 있는 이 마야문명의 정확한 정체는 아직도 막연하기만 하다. 이 신비한 문명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열쇠는 보다 정확한 신성문자의 해독에 있다고 한다. 고대 마야인들이여! 그대들은 과연 누구인가? 또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는가? 광활한 밀림 위로 천년의 적막만이 감돌고 있을 뿐이다.


치아파스=글·사진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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