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시험인증 4사, KCTL로 통합… "글로벌 경쟁력 키웠다"

입력 2017-12-04 17:49  

PEF의 기업 구조혁신 (5) 개별기업 아닌 업종에 투자한 스카이레이크

2015년 KCTL 출범시키며 시험인증 원스톱서비스 위해
2년 동안 사업재편에 '올인'

장비 갖추고 기술력 키워 글로벌사 비해 가격 경쟁력 갖춰
올해부터 턴어라운드 기대… 내년 영업이익률 15% 이상 예상



[ 정영효 기자 ] ▶전문은 마켓인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7월 시험인증 전문업체 KCTL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박효남 전무는 회사 직급체계와 임금표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네 개의 서로 다른 중소 시험인증 업체를 인수해 합병한 회사다.

박 전무가 부임했을 때 차장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과장이 있는가 하면 대리보다 못 받는 과장도 있었다. 같은 직급끼리도 급여 액수가 중구난방이었다. 제각각의 시스템으로 운영돼 온 회사를 급하게 통합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스카이레이크 측 제안으로 이 회사에 합류한 박 전무는 ‘시급히 시스템을 통합하지 않으면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겠다’고 판단했다. 박 전무는 곧바로 인수 후 통합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험인증 백화점을 만들자”

스카이레이크는 2014년부터 1년 동안 이엠씨컴플라이언스(EMCC), 한국EMC연구소, IST, 한국의료기기시험원을 차례로 인수해 2015년 5월 KCTL이라는 이름으로 합병 출범시켰다. 총투자 금액은 492억원이었다.

4개 회사는 각각 전자기기, 자동차 및 방위산업, 오디오 등 음향기기,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이 달랐다. 공통점은 모두 시험인증 업체라는 점이었다. 각각의 전문 분야를 가진 4개 회사를 합치면서 KCTL은 주요 시험인증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회사가 됐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차량 정보 및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시험인증을 맡기면 EMCC 한 회사로는 전자파 적합성(EMC) 시험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KCTL로 합쳐지면서 신뢰성 시험, 내장 위성수신기 및 블루투스, 3G 통신기능에 요구되는 국가별 무선인증 등 모든 시험을 처리할 수 있는 ‘시험인증 백화점’이 됐다. 이남혁 스카이레이크 부사장은 “KCTL은 수십 가지에 달하는 스마트폰 시험인증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 아닌 시험인증 산업에 투자

스카이레이크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회장이 이끄는 PEF 운용사다. 정보기술(IT) 투자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스카이레이크가 개별기업이 아니라 ‘시험인증’이라는 업종에 투자한 건 이 분야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시험인증이란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안전성과 성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절차다. 산업화 초기만 해도 제조업을 지원하는 보조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최근에는 제조업을 선도하는 산업으로 지위가 역전됐다. 김영민 스카이레이크 부사장은 “이제는 시험인증을 통과할 수 있느냐가 관련 기술을 개발할지, 해당 지역에 수출이 가능한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며 “시험인증 회사가 아예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합격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말 10조9000억원이었던 국내 시험인증 시장 규모는 올해 13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200조원을 넘어선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221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산업부는 추정했다.

◆업계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

문제는 시장 규모는 급성장하는 데 국내 시험인증 업계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매출 규모가 30억~50억원 수준인 회사들이 난립해 있었다. 그런데다 스위스 영국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인증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스카이레이크는 2014년 EMCC를 처음 인수한 후 설비 투자를 통해 자체적으로 회사를 키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장 변화와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으로 전략을 바꾸고 EMCC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찾아나섰다. 한국EMC연구소와 한국의료기기시험원은 각각 방산과 의료 등 EMCC와 중복되지 않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고, IST는 EMCC가 필요로 하는 설비 투자를 이미 실행한 회사라는 점에서 인수 타깃이 됐다.

4개 회사를 차례로 인수한 스카이레이크는 삼성전자 출신인 이강석 사장과 박효남 전무를 영입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4개 회사 부서를 해체한 후 같은 시험군별로 재결합시켰다. 따로 놀던 직급체계는 전문 노무사의 조언을 받아 일원화했다.

사업재편은 예상보다 길고 험난했다. 2014년 EMCC 홀로 107억원의 매출과 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4개 회사를 통합한 2015년에는 매출 163억원, 영업이익 5억원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고가의 대규모 시험인증 시설을 갖추는 데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었다. 사업재편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됐다.

KCTL은 올해 220억원의 매출과 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민 부사장은 “경영이 완전히 정상화되는 내년에는 15%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글로벌 인증업체들이 KCTL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한경닷컴, 기업 대상 '2018년 환율전망 및 금리전망 세미나' 오는 12월 12일 KDB산업은행과 공동 주최!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5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