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익집단·시민단체가 정책 좌지우지하는 '떼법 사회'

입력 2017-12-13 18:15  

제주도에 세워질 예정이던 국내 첫 투자개방형 국제병원 개원이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한경 12월13일자 보도(A1, 3면)에 따르면 보건의료단체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개방형 국제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운영에 국내 의료법인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제주도 조례 위반”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승인 철회를 요구했다. “녹지국제병원 지분 100%를 중국 뤼디그룹이 갖고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주체는 미래의료재단이라는 국내 의료법인인 만큼 제주도가 최종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제주도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등이 세울 수 있게 2002년 설립 근거가 마련됐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한 건도 허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의료 영리화의 길을 열어 국내 의료제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 때문이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검토했지만 국내 의료기관이 참여한다는 증거는 없었다”면서도 시민단체 눈치를 보고 있다. 이들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로까지 논쟁을 이어가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어서다.

투자개방형 국제병원은 아무리 외국 지분이 100%라도 현실적으로 한국인이 관여하지 않을 수는 없다. 병원 운영의 핵심적 의사결정은 아니더라도 진료 치료 등 실제 의료행위나 일상적인 관리업무의 상당 부분은 어차피 한국인 의료진이나 관리인력이 맡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까지 따져가며 반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투자개방형 병원을 설립하지 말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이익집단이나 시민단체들의 이런 생떼나 트집잡기는 현 정부 들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겉으로는 공익, 인권, 국민 건강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편협한 이익을 챙기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툭하면 정부에 ‘촛불 청구서’를 들이대는 노동계나 전교조는 물론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는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도 마찬가지다. 진영 논리에 갇혀 엄연한 범법자들을 ‘양심수’라 칭하며 사면을 요구하는 단체들까지 있다.

‘떼법’에 호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잦아지는 이유는 이들의 요구가 실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 불법 시위대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목소리’ 큰 이들의 주장에 정책이 좌우되니 만인이 투쟁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들은 ‘표’를 볼모로 노골적으로 정치권을 겁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요, 정상적인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반(反)헌법, 반법치적 병폐다. 이익집단의 욕구 분출과 포퓰리즘이 판치는 ‘떼법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도,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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