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용 전기료 인상, 기업 떠날 이유 하나 더 늘었다

입력 2017-12-15 17:35  

정부가 엊그제 8차 전력 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산업용 심야 전기료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인상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기업들에는 또 다른 원가 상승 요인이 될 게 분명하다. 정부 여당은 산업용이 일반 가정용에 비해 여전히 싼 만큼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산업용 전기료가 가정용보다 싼 건 맞다. 2015년 한국전력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용 대비 86.8%다. 하지만 가정용보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미국(54.5%), 일본(72.0%), 독일(44.4%), 영국(60.4%), 프랑스(60.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 10년간 아홉 차례 인상돼 2008년 대비 63.7%나 올랐다.

산업용 심야 전기료는 일반 시간대에 비해 34.4~46.2% 싸다. 전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48%가량이 심야에 소비되는 이유다. 심야 전기료 할인율을 10~90% 줄이면 기업의 연간 전기료 부담이 적게는 약 5000억원에서 많게는 5조원 가까이 늘어난다는 추계도 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같은 업종의 타격이 크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서 산업용 전기료를 오히려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일각에서는 ‘탈(脫)원전’을 해도 전기요금 인상률이 2030년까지 연평균 1.3%에 그칠 것이라고 밝힌 정부가 내년에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은 ‘연평균 1.3%’라는 수치가 연료비와 물가 상승을 감안하지 않은 데다 2030년까지 태양광 모듈 가격이 35.5% 하락할 것이라는 비현실적 가정에서 나온, 일종의 ‘통계 왜곡’이라고 지적하기까지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산업용 전기료 인상은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노동비용과 법인세 인상, 각종 규제 등으로 힘겨워하는 기업들이 한국을 떠날 이유만 더 늘어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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