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정 경제부 기자) 20일 저녁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본관 17층 대회의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송년간담회가 이른 저녁 열렸습니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이 총재의 마지막 송년간담회라서인지 유난히 많은 참석자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체결을 성사시키고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어서인지 이 총재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편해 보였습니다. 공식 간담회 보단 송년회에 무게 중심이 있었지만 잇따라 쏟아지는 민감한 질문에도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그치지 않는 질문에 저녁식사 시작이 자꾸 지연되자 사회자가 “이제 식사를 시작하시죠”라며 분위기를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찡긋’하며 ‘더 질문을 받아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여유까지 보였습니다.
이날 이 총재는 올 한해에 대한 소회를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는 “2년여의 준비 끝에 별관 재건축과 본관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사무 환경의 획기적 개선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각별함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올해 뜻깊었던 일로 중국·캐나다와 통화스와프 체결을 콕집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총재는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는 양국간 외교·통상 갈등으로 인해 일찍이 국민의 큰 관심사가 됐다.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한은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된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수차례에 걸친 실무자간 협상 그리고 양국 총재간 최종 협의를 거쳐 만기 연장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체결은 올해 한은이 거둔 가장 값진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대외지급능력이나 충격흡수능력을 보강해 주는 제2선 외환보유액과 같다.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여타 5개 기축통화국간 맺은 스와프와 동일한 조건의 협정이어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중국·캐나다와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 주력한 한은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거듭 전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한은이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한 얘기도 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부문간 불균형,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물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는 2014년 취임 때부터 줄곧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중앙은행에 더 확실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앞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명확한 소통을 원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을 둘러싼 정책 여건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어 중앙은행도 앞으로 발생할 일을 미리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2월에 4년 임기를 마치는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얘기를 꺼냈습니다. 옐런 의장은 최근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임기 동안 업무 성과에 대해 후한 점수를 받았거든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 전문가 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60%가 옐런 의장에게 A학점(90~100점)을 줬습니다. B학점(80~89점)을 준 응답자도 30%나 됐다. C학점(70~79점)과 D학점(60~69점)을 매긴 응답자는 각각 8%, 2%에 불과했고, F학점(60점 미만)은 아예 없었습니다.
이 총재는 옐런 의장의 ‘A학점’을 언급하며 “한은도 시장과 소통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내재돼 있는 어려움을 십분 이해해달라”며 “저에 대한 소통능력 평가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점수를 매겨주길 바란다”고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이 총재의 위트 있는 언급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상태에서 다소 짓궂은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내년 3월 말 임기를 마치기 전에 금리를 인상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시장 일각에선 얼마 남지 않은 이 총재의 임기가 지난달 말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많았거든요.
이 총재는 이와 관련 ‘금리 인상 자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견실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을 인용해 “제 입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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