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는 '인재(人災)'… '셀프 소방점검'에 여탕은 아예 제외

입력 2017-12-24 17:54  

속속 드러나는 총체적 부실점검

"어딜 여탕에… " 항의로 무산
민간 점검업체 강제성 없어
소방서 직접조사는 1년간 전무

8,9층 테라스는 불법 증축
완강기 2대 뿐… 기준에 미달

"1주일 뒤 조사… " 사전통보
현행 느슨한 법규정도 바꿔야



[ 백승현 기자 ]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의 부실 관리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방서에서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는 20명의 사망자가 난 여탕은 아예 점검 대상에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점검도 ‘사전 통보’ 방식으로 진행돼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 사실상의 ‘셀프 소방점검’, 관할 소방서의 방치, 안이한 건물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참사’ 여탕은 시설 점검에서 누락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는 지난달 30일 춘천의 한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로부터 ‘소방시설 작동 기능점검’을 받았다. 제천소방서에서 위탁받아 실시한 소방 점검이었다. 다중이용업소는 매년 1회 소방시설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점검 결과 스프링클러 일부 배관에서 물이 새고 화재 감지기, 대피유도등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선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점검후 30일 이내에 보고하면 돼 제천소방서에 결과 자체가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고 감지기가 반응하지 않아 방화셔터도 무용지물이 됐다. 점검 결과를 즉시 보고하고 수리했다면 피해가 최소화됐을 수도 있다. 느슨한 소방관리법이 참사를 키운 셈이다.

관할 소방서가 직접 점검하는 소방특별조사는 작년 10월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이는 여탕의 비상구 피난통로가 수납장 등 비품 창고로 쓰일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특히 철제 선반으로 비상구가 막혀 있던 2층 사우나는 여탕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소방점검 대상에서도 아예 제외됐다. 민간업체가 점검에 나서다 보니 ‘어딜 여탕에 들어오느냐’는 항의에 현장 접근이 거부됐다는 설명이다.

◆“1주일 뒤 조사 나갑니다”… 느슨한 소방법

소방서가 직접 하는 소방특별조사도 느슨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방법은 관할 소방서가 특별조사를 나가기 7일 전에 조사 사유 등을 통보하게 돼 있다. “1주일 뒤에 조사 나갑니다. 준비하세요”라는 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은 “건물주가 조사 직전에 스프링클러를 가동시키고 비상통로도 확보했다가 조사 후에는 다시 되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불특정 시기에 수시 특별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3층 이상 층마다 한 대씩, 총 여섯 대 이상이어야 하는 완강기도 두 대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완강기는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고층에서 천천히 땅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하는 피난용 비상기구다. 바닥면적 1000㎡당 한 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테라스 불법 증축 사실도 드러났다. 2010년 8월 사용 승인 당시 7층이었던 스포츠센터 8·9층에 테라스가 설치됐다. 옥탑 기계실이 주거 공간으로 쓰인 점도 확인됐다. 박인용 제천시 부시장은 “인허가 당시에는 불법 증축이 없어 사용 승인을 내줬다”며 “불법 증축을 현 소유주가 했는지, 이전 소유주가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건물주 이모씨(53)와 김모씨(50)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체포했다. 이들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경찰은 제천소방서와 소방시설관리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검토 중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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