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나고야를 '카페 왕국' 만든 건 도요타

입력 2017-12-28 17:42   수정 2018-06-07 16:21

(18) 일본 나고야 커피


[ 김보라 기자 ] “나고야 가면 뭐 먹어야 해?”

언젠가 일본 나고야에서 온 일본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빨간 된장이랑 커피, 그거면 돼.”

그 흔한 된장과 커피라니. 나고야 출신이라기에 예의상 물어본 질문이기도 했지만 그토록 성의없는 답이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얼마나 보여줄 게 없으면…’ 하는 생각으로 그 뒤 몇 차례 일본을 갔지만 나고야는 항상 빼놓았습니다. 도쿄, 오사카와 함께 일본의 3대 도시로 꼽히는 나고야. 하지만 한국 여행객들에겐 ‘매력’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이번 성탄절을 나고야에서 보냈습니다. 중북부 산간 지역 여행을 위해 교통의 중심인 나고야를 택했습니다. 도심에서 어리둥절했습니다. 스타벅스나 도토루커피 등 다른 일본 도시에서 흔히 보던 카페를 찾을 수가 없었거든요. 갑자기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고야의 명물’이라는 고메다커피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한 잔에 400엔 전후, 우리돈 약 4000원의 커피 메뉴가 많았습니다. 커피를 시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곧 따뜻한 물수건, 얼음물 그리고 큰 접시 하나가 나왔습니다. 잠시 후, 눈 앞에 갓구운 토스트빵과 버터, 단팥잼, 삶은 계란까지 차려졌습니다.

“저…, 이런 거 안 시켰는데요.” 서툰 일본어와 손짓으로 X자를 그리고 있는데 종업원이 웃으며 옆 테이블을 가리킵니다. 모두 빵과 계란, 커피를 함께 즐기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나고야의 독특한 모닝 커피 문화랍니다. 오전 8시부터 10시30분까지는 커피 한 잔 시키면 빵과 계란, 수제 잼 등이 함께 나온다고 하더군요. 커피와 함께 우동이나 초밥을 내주는 곳도 있고, 하루 종일 모닝 메뉴를 파는 곳도 있답니다. 작은 반찬 하나도 돈을 받는 일본인데, 나고야에는 왜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요.

나고야 사람들은 대부분 도요타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나고야에는 도요타를 중심으로 부라더공업, 노리다케도자기, 린나이 등 굴지의 기업들이 많습니다. ‘부자 도시’ 이미지 때문에 ‘도요타시 나고야국’이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도지요. 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아침에 차를 세우고 간단히 식사와 커피를 즐기면서 모닝 커피 문화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실제로 나고야는 카페왕국입니다. 전체 음식점 중 카페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의 두 배입니다. 막부 시대의 향수가 남아 있어 ‘다방 문화’를 즐기려는 중장년층이 많은 것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나고야의 카페 대부분에선 여전히 흡연도 가능합니다. 나고야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스타벅스나 다른 브랜드가 쉽게 발을 못 붙인다는 말도 설득력 있습니다. 우리에겐 전범이자, 그들에겐 영웅으로 불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 등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이라는군요. 어쩐지. 그 말을 듣고 보니 커피 맛이 유독 쓰게 느껴졌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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