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구절벽이 경제 망친다?… 기업들에는 혁신의 기회"

입력 2017-12-28 19:47   수정 2017-12-29 07:01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 최용우 옮김 / 세종서적 / 228쪽│1만4000원

일본 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
과도한 '인구 감소 비관주의' 경계
복지비용 급증 등 문제 많지만
성장 결정짓는 요인은 아냐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이노베이션
초고령사회는 절호의 '혁신 실험장'



[ 송태형 기자 ]
미국 경제예측가 해리 덴트는 2014년 펴낸 《2018 인구절벽이 온다(원제: The Demographic Cliff)》에서 ‘인구절벽’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세계 곳곳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생산, 소비, 투자가 감소해 경제가 불황에 빠지는 상황이 온다”며 이를 ‘인구절벽’이라고 명명했다.

인구절벽을 가장 절감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2004년 1억2779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1998년 6793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엄청난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율(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가 됐고, 1994년 14%를 넘기며 ‘고령사회’, 2007년에는 21%를 넘어서며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가 됐다. 2015년 고령화 비율은 26.7%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장래추계인구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2110년 4286만 명으로 2015년(1억2711만 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생산가능인구와 고령자 비율은 2013년 2.5 대 1에서 2060년에는 1.3 대 1이 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66)는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에서 ‘21세기 일본’의 키워드라 할 만한 인구와 경제의 관계를 심도있게 고찰한다. 그가 이 주제로 책을 쓴 것은 일본 사회와 경제계에 퍼져 있는 인구 감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과도하다고 생각해서다. 많은 일본인이 “일하는 인구의 숫자가 감소하기 때문에 일본 경제는 잘 풀려도 제로 성장이고, 어쩌면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가 심한 일본 국내에서는 설비투자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기업 경영자도 있다.

저자는 이런 ‘인구 감소 비관주의’를 경계한다. 그는 “단지 인구 감소만으로 경제가 망할 거라는 예측은 틀렸다”며 “일본의 경제성장은 인구가 아니라 이노베이션(기술혁신)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세계 각국의 인구 변동,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추이, 인구와 수명 간의 관계 등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인구가 경제성장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덤 스미스부터 맬서스, 리카도, 케인스, 슘페터 등 경제학자들의 인구론, 인공지능(AI)과 기계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 일본 고도성장 요인 등의 주제를 면밀하게 다루며 그의 논지를 뒷받침한다.

저자에 따르면 증가하는 사회보장 비용, 재정 파탄, ‘지방 소멸’ 등 인구 감소가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성장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전후 일본의 경제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이 한 예다. 고도성장기(1955~1970년) 성장률은 10%에 육박하다가 오일 쇼크(1973~1974년) 이후 3~4%대로 떨어졌으나 인구 증가율(1.2~1.3%)은 차이가 없었다.

성장을 이끈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노동생산성 향상, 즉 1인당 소득 증대의 관건은 넓은 의미의 이노베이션이다. 기술 진보뿐 아니라 제품·경영 혁신을 포함한 이노베이션은 고령사회에서도 경제성장의 원천이다. 저출산으로 아기 기저귀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등장한 어른용 기저귀가 한 사례다. 일본에서 어른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2012년 아기용 기저귀를 추월했다. 초고령사회의 중요한 과제인 ‘건강수명’ ‘생활의 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뿐 아니라 주택, 교통, 유통 등 모든 면에서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저자의 핵심 주장이 펼쳐진다. 소득 수준이 높고 시장 규모가 크며 무엇보다 초고령화라는 문제에 직면한 일본 경제야말로 기업에는 절호의 ‘실험장’이다. 미래가 없는 게 아니라 이노베이션 측면에선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일본 기업이 이런 수요에 부응할 만한 이노베이션을 할 수 있느냐다. 안타깝게도 현재 일본 경제는 ‘퇴영적(退的)’이다. 2001년부터 일본 경제에서 기업은 가계를 제치고 가장 큰 저축 주체가 됐다. 저자는 “이는 가계가 저축을 하고 기업이 빚을 내 투자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며 “기업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바뀐 것은 시대가 아니라 기업”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건전한 낙천주의를 잃어버리고 합리적인 계산에만 매달리는 기업은 쇠퇴할 것”이라며 “일본 경제의 미래는 일본 기업이 인구 감소 비관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21세기 한국에도 가장 큰 도전이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한국은 내년 고령사회에 들어선다.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지 18년 만이다. 인구 감소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대중계몽서’이자 초고령사회에 맞서 기업에 이노베이션을 독려하는 ‘호소문’ 성격을 지닌 이 책의 메시지는 일본 사회를 향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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