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가장 강력한 부동산대책이라더니

입력 2018-01-07 17:06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truth@hankyung.com


의사 오진으로 13년간 누워 지낸 환자 이야기가 지난해 말 뭇사람들을 허탈하게 했다. 유명 종합병원 의사들은 환자를 뇌성마비로 진단했다. 당연히 뇌성마비 치료약을 처방했다. 차도가 없어 환자는 13년 동안이나 누워 지냈다. 하지만 이 환자를 본 한 물리치료사는 한눈에 뇌성마비가 아님을 알아봤다. 병원 재진단 결과 물리치료사의 판단이 옳았다. 진짜 병명은 세가와병이었다. 약을 바꾸자 환자는 기적처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병을 고치려면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종합병원 의사의 진단이 물리치료사 눈썰미보다 못할 수 있음도 국민은 알아챘다.

'양질의 주택 부족' 판단한 복부인

요즘 서울 강남권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보면 정부는 종합병원 의사, 강남 복부인은 물리치료사란 생각이 든다. 정부는 집값 급등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로 봤다. 복부인은 ‘양질의 주택 부족’으로 판단했다. 진단이 다르니 양쪽의 처방전도 달랐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세금·대출·청약 규제를 쏟아부었다. 넉넉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강남 복부인은 더 공격적으로 강남의 집을 사모았다.

현재까지 결과를 보면 강남 복부인의 진단이 옳았다.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며 집값 안정을 자신하던 정부는 새해 벽두부터 추가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강남 복부인의 주머니는 더 두둑해졌다. 8·2 대책 이후 5개월간 5억~6억원 오른 강남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집값의 80%대에 육박한 전세를 끼고 강남권 아파트를 매입한 갭투자자들은 불과 몇 개월 만에 100%대 수익률(투자 원금 대비)을 올렸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부동산 대책을 또 발표하기에 앞서 왜 기존 정책이 먹히지 않는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통하지 않은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진단이 잘못됐거나 약을 너무 약하게 처방한 때문이다.

강남권 집값 폭등은 과거 정책의 결과다. 강남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른 2014년 이전을 보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재개발구역을 대거 해제했다. 재건축·재개발은 서울의 유일한 신규 주택 공급원이다. 이명박 정부는 세곡동 내곡동 등 강남권 그린벨트를 헐어 보금자리주택을 지었다. 강남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알짜 입지에 서민용 주택을 지었다. 국토부는 주택 보급률이 충분하다며 2014년부터 신규 택지개발을 중단했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택지 공급이 넉넉하지만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밑도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정부는 소득이 양극화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면서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이들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호시탐탐 강남 진입을 노리는 잠재 수요자다. 그 사이 서울 주택의 노후화는 더 심해졌다. 재건축·재개발을 위해 헐리는 주택도 많아졌다. 중산층이 들어가 살 만한 집이 더 부족해진 것이다.

잘못된 진단 고집할까?

강남 집값 폭등의 원인만 놓고 보면 현 정부의 책임은 없다. 과거 정부의 책임이다. 억울하다는 현 정부 당국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그러나 진단을 잘못해 집값 급등을 더욱 부추긴 것은 현 정부의 책임이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동안 해온 말을 곱씹어 보면 오진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약을 너무 약하게 썼다고 생각해 더욱 강력한 다주택자 압박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복부인들은 정책 발표 후 집값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시점을 추가 매입 시기로 보고 실탄을 모으고 있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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