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재협상 요구 안할 것"… 위안부 합의 '모호한 절충'

입력 2018-01-09 17:11  

화해·치유재단 출연 10억엔,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
"기존 합의로 문제해결 안돼… 일본 상처치유 등 노력 기대"
야당 "외교 패착·실체 없는 대책"… 일본 "합의 미이행 수용불가"



[ 김기만 기자 ]
정부는 9일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에 협상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당시 합의에 따라 일본이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은 정부 예산에서 충당하는 대신 기금 처리는 향후 일본과 협의하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발표했다. 강 장관은 “피해 당사자 할머니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2015년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어 일본에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며 “기금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다각적 외교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기존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에 나서더라도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금 지급을 받아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7일 박근혜 정부와 일본 간 합의 과정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외교부는 2015년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등 ‘비공개 합의’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강 장관은 “발표 후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피해자분들과 관련 단체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며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 발표와 관련해 즉각 반발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실행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시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합의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라며 “정권이 변했다고 (합의를) 실현하지 않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 시설인 나눔의 집 관계자도 이날 정부 발표를 보고 “합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으니 무효화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발표 이전에 가능하면 많은 피해자와 소통하면서 의견을 수렴했다”며 “오늘 발표는 원론적인 부분이고 앞으로 구체적으로 피해자들이 명예와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 발표에 ‘외교 패착’ ‘공약파기’ 등이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실체가 없는 대책”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대부분이 국내 지지자용”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의 최종 처리 방안이 맹탕”이라며 “결국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가슴에 두 번째 못을 박았다”고 지적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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