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뭇잎 팔아 부촌된 산골마을… '지방 소멸'은 과장됐다

입력 2018-01-11 18:13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

후지나미 다쿠미 지음 / 김범수 옮김 / 황소자리 / 264쪽│1만3000원

20여년 뒤 일본 지자체 절반 소멸? 마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지자체 보조금 지원 경쟁은 인구감소 시대 '마이너스섬' 게임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성장에 초점 맞춘 재생전략 펴야

일본 가미카쓰정·사바에시 등 소멸 극복한 성공 사례 분석



[ 송태형 기자 ] ‘향후 30년 이내에 대한민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3분의 1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한국 지방 소멸2’ 연구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전망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수(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가 0.5 미만인 지방자치단체 85곳을 30년 이내 사라질 가능성이 큰 ‘소멸 위험군’으로 적시했다. 발표 내용은 작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소멸 예정 리스트에 오른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방 소멸’은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다. 일본의 민간전문가 조직인 일본창성회의가 2014년 여성 인구 추계를 근거로 ‘2040년까지 전체의 절반이 넘는 896개의 지자체가 소멸할 것’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보고서가 나온 이후 일본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지방 창생’ 또는 ‘지역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정책을 앞다퉈 쏟아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어느 새 익숙해진 ‘지방 소멸론’의 주장대로 수많은 마을이 사라질까. 지역재생 전문가인 후지나미 다쿠미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은 “지방 소멸은 과장됐다”며 “마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존재”라고 단언한다. 그는 저서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에서 지방 소멸론을 근거로 쏟아낸 정책들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인구 감소 시대에 경제성장을 우선 순위에 둔 마을 생존법을 제시한다.

먼저 국가경제 성장이란 거시경제학적 시각에서 일본 중앙정부 및 각 지자체가 표방하는 인구유인론의 모순과 맹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선진국인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이라는 수치로 나타나는 성장을 멈추고, 정신의 풍요나 삶의 보람 등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지향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는 주장을 저자는 경계한다. 그는 “양쪽 모두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성장에 무게중심을 둔다. 많은 공적 채무가 있고, 인프라 유지보수비, 사회보장비 같은 지출이 산적한 사회에서 성장을 무시할 수 없으며, 일정한 경제성장이 없으면 이 부담은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고 강조한다. 경제적 풍요를 안겨주는 성장을 소홀히 하면서 수도권이나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을 억제하고, 젊은 세대와 고령자의 지방 이주를 유도하는 정책은 자칫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일본 전체를 쇠퇴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인구 감소가 불가피해 1인당 생산성을 높여야 성장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가 가능한 한 많은 부를 생산하는 산업에 종사하도록 독려하고 경제가 성장하는 곳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처럼 성장을 전제로 한 지역 재생·인구이동 정책을 펴야 한다며 “지금 정부·지자체가 추진하는 지방 재생 목표로는 나라 전체의 미래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지역의 매력이나 성장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손쉽게 지방으로 젊은 세대를 분산시키기 위해 효과가 불확실한 보조금이나 공공사업 정책에 집중하는 현실을 문제 삼는 것이다. 특히 지방 소멸론 등장 이후 각 지자체가 출산비용 지원, 육아 세대 주택비 보조 등 젊은 여성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육아지원책들을 ‘실질적 폐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총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귀중한 재원을 투입해 젊은 이주자를 서로 차지하려는 ‘마이너스섬’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착 보조금 지원 정책 등 단기적으로 거주 인구를 늘리기 위한 처방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나 신규 이주자들의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지방재생 전략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마을 할머니들이 일본 요리의 장식물로 이용되는 나뭇잎을 파는 사업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정 △어부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 이주민에게 어업권까지 개방한 도쿠시마현 미나미정 △전통 칠기산업이 사양 산업이 되자 젊은이들과 손잡고 문구나 스마트폰 케이스 등 팬시 상품을 만들어 고급화한 후쿠이현 사바에시 등 혁신과 발상의 전환으로 ‘소멸’을 극복한 성공 사례를 분석한다. ‘이동판매차’ ‘만물상’ 등 인구가 줄어들어 기업이 문을 닫는 지방의 특색을 살린 사업 모델도 소개한다.

지방 소멸에 대한 인식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례나 곱씹어 볼 제안이 적지 않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일본, 한국을 불문하고 인구 감소란 큰 도전에 맞서 지방이 해야 할 일은 그 지역에 계속 살고 싶어 하는 젊은이의 생활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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