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논란 끝에 '1년 유예'

입력 2018-01-16 11:00   수정 2018-01-17 07:23

어린이집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가 ‘1년 유예’된다. 정책 취지와 달리 공교육 영어수업 금지가 도리어 고액 사교육을 부채질할 것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교육부는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일단 보류하고, 조기교육 부작용 해소와 유아 영어학원 등의 과도한 사교육 및 불법 관행 단속에 우선 집중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초까지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학교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종합적 내실화 방안은 올 연말께 내놓기로 했다.

교육부는 당초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아 단계 방과후 과정 영어 선행·조기교육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근거로 든 것은 올 3월부터 적용 예정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의 해당 조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비롯한 학계와 유관 단체들은 “지나친 유아기 영어교육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 당사자인 학부모들 반발이 거셌다. 공교육에서 금지하면 사교육이 커지는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탁상공론식 결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도리어 값 비싼 영어 사교육 부담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먼저 손 댈 것은 공교육이 아니라 사교육부터”라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논란에 이어 또 한 번 1년 유예를 결정한 배경이다. 교육부는 “국민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우선 유아 대상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관련 기준 및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유치원의 과도한 교습비 징수, 영어학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 장시간 수업 운영 등 방과후 영어수업 과잉 운영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한다. 각 교육청이 지역 교육여건 등을 감안해 자체 수립하는 유치원 방과후 과정 지침은 존중한다는 방침이다.

유아 영어학원의 조기 영어 사교육 조장 우려와 관련해서는 교습시간 제한을 비롯한 교습비·교습내용 관련 운영기준을 마련해 올 하반기까지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초교 단계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양질의 학교 영어교육을 제공해 공교육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3학년부터의 영어수업 전반을 재정비해 별도 사교육 없이도 학부모 눈높이에 맞는 영어 공교육 기반을 조성키로 했다. 중·고교 영어교육 개선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 요청을 즉시 반영한 것”이라며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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