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하늘 아래 첫 마을' 거쳐 융프라우 녹아든 호수 다다르면… 가슴 벅차오르고

입력 2018-02-04 14:39  

만년설 뒤덮인 스위스 융프라우 뜨겁게 즐긴다!

알프스 초원 집라인·바이크 타고 질주… 온몸이 짜릿하네




스위스 융프라우(4158m)는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융프라우 아래 산기슭에는 눈과 빙하가 녹아 생긴 폭포와 강 호수가 흐른다. 알프스 소녀의 눈처럼 투명한 호수. 에메랄드빛으로 유유히 흐르는 계곡. 융프라우를 가득 채운 천상의 자연은 사진으로도, 언어로도 채울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융프라우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짧은 휴가를 이용해 스위스를 방문하려는 여행객이라면 융프라우만 한 여행지가 없을 것이다.


융프라우 일대 조망에는 하더쿨름이 제격

융프라우 여행의 관문은 인터라켄이다. 융프라우의 산들로 기차여행을 떠나는 시발점이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융프라우나 클라이네 샤이데크, 피르스트 등 산악기차가 닿는 모든 곳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한다. 1년 365일 여행자로 북적이는 이 작은 도시에선 수많은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늦도록 불을 밝힌다.


인터라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시계 매장이다. ‘시계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IWC, 피아제, 태그호이어는 물론 바쉐론콘스탄틴이나 파텍필립 같은 명품시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시계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편이다. 인터라켄의 중앙에는 잔디광장인 ‘회에마테’가 있다.

일종의 시민공원 같은 곳인데 이곳이 특별한 것은 인터라켄 시민들이 언제나 융프라우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다른 건물을 일절 세우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회에마테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인터라켄 어디에서도 융프라우의 황홀한 절경을 막힘 없이 볼 수 있다. 회에마테는 다양한 축제나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 패러글라이더들이 안착하는 곳이기도 하다.

융프라우 일대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인터라켄의 산 하더쿨름이 제격이다. 하더쿨름 전망대에 오르면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뿐만 아니라 툰과 브리엔츠 호수까지 보인다.

융프라우요흐 여행은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열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100여 년 전 ‘철도의 왕’이라 불린 아돌프 구에르첼러는 해발 4158m나 되는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철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스위스 산업의 거물로 불리는 그는 거대한 바위 속 터널을 지나는 철도를 융프라우까지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가졌고 그 꿈을 현실화했다.

암벽을 타고 철도가 올라가야 하니 톱니바퀴가 철도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철로가 놓였다. 1896년부터 16년간 철도 공사가 지속됐고 구에르첼러는 사업 시작 3년 만에 세상을 떴지만 1912년 8월1일 스위스 독립기념일을 기해 개통됐다. 구에르첼러 덕분에 후대 사람들은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와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를 편안하게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산악열차 타고 오르는 융프라우

유럽에서 가장 높은 3454m 융프라우요흐역까지는 열차로 50여 분 걸린다. 9.3㎞의 짧은 길이지만 아이거와 묀히의 산허리를 뚫어 만든 7㎞ 바위 동굴을 통과해야 해서다. 바위 동굴 가운데 있는 아이거반트와 아이스메르역에 잠시 내리면 유리창 너머 장엄한 설산이 쏟아질 듯 펼쳐진다.

어두운 터널과 산자락을 타고 붉은색 톱니바퀴의 산악열차는 정상을 향해 쉼없이 올라간다. 기차가 서는 역에는 어김없이 융프라우 주변의 웅장한 풍경이 펼쳐진다. 암벽을 뚫어 낸 기찻길이어서 암벽 속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것이 융프라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융프라우 파노라마. 웅장한 음향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360도 입체 화면에는 융프라우의 장엄한 풍광이 펼쳐진다.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나면 바로 알파인 센세이션으로 이어진다. 융프라우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관광 변화상, 터널 노동자들이 감내했던 극한의 노력이 벽화나 조형물로 표현돼 있다.

알파인 센세이션 끝에 있는, 스위스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27초 만에 높이 3571m의 스핑크스 전망대에 닿는다. 눈 닿는 곳마다 하

색으로 펼쳐진 융프라우요흐의 모습이 경이롭다. 유럽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철제로 만들어진 이곳에서 설원의 풍경을 감상하고 기록을 남기느라 관광객들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눈앞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다.

알프스에서 가장 긴 빙하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치 빙하(22㎞)는 마치 산맥처럼 끝간 데 없이 뻗어 있다. 알레치 빙하는 1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한여름에도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은 스노 튜브를 타고 신나는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스치듯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한다.


설원 위에 시원하게 휘날리는 스위스 국기가 맞이해주는 최고의 스폿은 플라토 전망대다. 알레치 빙하 30m 아래에는 얼음궁전이 있다. 자연 그대로의 알레치 빙하를 다듬어 마련한 공간으로 빙하 속 30m 지점을 조각해 만들었다. 동굴은 수많은 얼음조각과 통로로 얽혀 있다. 그 면적이 무려 1000㎡에 이른다. 얼음궁전 속에 있는 독수리, 펭귄 등 다양한 얼음조각도 신기하지만 빙하의 속살을 파고 들어가 끝내 길을 낸 인간의 집념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예술가 중 한 명이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인 찰리 채플린을 만날 수 있다. 찰리 채플린의 얼음 동상을 융프라우요흐의 얼음궁전에서 볼 수 있다. 채플린이 생의 25년간 여생을 보낸 저택을 개조한 박물관인 채플린 월드 바이 그레빈과의 협작으로 완성됐다.

겨울 스포츠의 메카, 융프라우 스키 지역인 ‘그린델발트-벵엔’은 스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라우버호른 월드컵 스키 대회 이후 개인의 스키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라우버호른 코스는 유럽 최고 수준이다. 그린델발트와 피르스트는 유럽에서 가장 긴 눈썰매 코스로 가족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트레킹과 액티비티의 천국,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는 1034m에 있는 융프라우 산악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예전에는 빙하마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오래전 빙하로 인해 움푹하게 생성된 계곡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거 북벽 아래 있어서 아이거 마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린델발트는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기점일 뿐만 아니라 봄부터 가을까지 산기슭 목초지에 야생화가 만발해 하이킹을 즐기는 여행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레저여행지의 천국이지만 특히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꿈과 같은 곳이다.

융프라우 일대에는 트레킹 코스가 많다.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에 있는 바흐알프 호수로 향하는 코스가 가장 대중적인 코스다. 영어로 읽으면 ‘퍼스트’인 ‘피르스트(first)’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뜻이다. 호수로 가는 트레킹 코스는 굴곡이 별로 없어 초보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왕복 3㎞ 정도의 길을 걸으면 마치 알프스의 절경만 모아놓은 것 같은 풍경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발 아래에는 흰눈이 쌓여 있다.


피르스트에서 호수까지는 50분. 걸음이 느리면 10~20분 정도 더 걸린다. 지루한 줄 모르고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바흐알프 호수에서 정점을 찍는다. 설산들이 호수 속에 그림자로 녹아서 대칭을 이룬다. 눈앞으로는 융프라우와 아이거 북벽을 시작으로 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흐알프 호수는 거울과 같다. 알프스의 산과 하늘이 호수에 그대로 녹아 있다.

트레킹을 끝내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갈 때는 다시 곤돌라를 타도 되지만 그린델발트 지역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마을 곳곳을 살펴보려면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 좋다. 딸랑거리는 워낭을 단 소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다.

걸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면 피르스트에서 쉬렉펠트까지 피르스트 글라이더를 타는 것도 짜릿하다. 피르스트 글라이더는 일종의 집라인이다. 동료들과 함께 줄을 타고 내려가면 엄청난 속도로 하강한다. 알프스의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며 초원을 질주하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착용하지만 급하강할 때는 제법 무섭다.


피르스트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액티비티는 트로티바이크다. 페달 없이 서서 타는 자전거다. 보어트에서 그린델발트까지 이어지는 길이 모두 내리막길이어서 가능하다. 트로티바이크를 탈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절대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자전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자전거를 발로 세우려 하면 오히려 위험하다. 뒷바퀴와 연결된 오른 브레이크를 잡고 이후 앞바퀴와 연결된 왼쪽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트로티바이크보다 한층 짜릿한 마운틴 카트도 인기있는 액티비티다.

김하민 여행작가 ufo2044@gmail.com

VIP패스로 융프라우 제대로 즐겨라!

VIP패스는 융프라우 지역을 제대로 체험하려는 여행자들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담은 올인원(All in one) 패스다. VIP패스를 구입하면 6스위스프랑(CHF, 1스위스프랑은 1150원이다) 상당의 무료 바우처(컵라면이나 카페 바, 기념품 숍에서 사용 가능)를 받고 마을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피르스트 글라이더와 피르스트 플라이어도 무료로 탈 수 있다. 또한 슈 레스토랑에서 59스위스프랑짜리 퐁듀세트를 45스위스프랑에 구입할 수 있다.

VIP패스는 융프라우요흐 1회 왕복 티켓과 인터라켄 오스트~그린델발트, 인터라켄 오스트~라우터브루넨, 라우터브루넨~그러취알프~뮤렌까지 구간을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티켓, 스포츠 패스가 있다. 스포츠 패스는 그린델발트에서 벵엔 지역 안에 있는 스키, 보드, 눈썰매, 하이킹 등 겨울 레포츠에 필요한 리프트와 관광, 마을 이동 시 산악열차, 골돌라와 케이블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무제한 탑승구간 티켓은 150스위스프랑이며 스포츠 패스는 1일 64스위스프랑, 2일 118스위스프랑, 3일 175스위스프랑, 4일 226스위스프랑, 5일 271스위스프랑, 6일 300스위스프랑이다.

융프라우 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은 융프라우요흐 방문객이 홈페이지 ‘커뮤니티’와 ‘여행후기’에 생생하고 재미있는 여행후기를 남기거나 동신항운 인스타그램을 팔로하면 매월 추첨을 통해 선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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