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포커스] 빗나간 전력 수요 예측, 공장 돌릴 전력도 줄이라니…

입력 2018-02-05 09:03  

정부의 '전력 수요감축 요청'

정부가 사전계약 맺은 기업들에
"전력사용 줄여달라"고 요청
1,2월 보상금 460억원 추정

전력 수요감축 요청 잦은 것은
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간 탓



[ 이태훈 기자 ]

정부가 이번 겨울 들어 수천여 곳의 기업에 총 여덟 번의 ‘급전지시’를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급전지시란 정부가 사전계약을 맺은 기업에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정식 명칭은 ‘전력 수요 감축 요청’이다. 급전지시를 받은 기업은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사무실 냉난방기를 끄는 식으로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번 겨울에만 8차례 ‘급전지시’

급전지시 제도가 도입된 건 2014년이다. 겨울이나 여름에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정전 사태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었다.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급전지시가 내려진 건 세 번뿐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급전지시 발동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두 번 발령된 것을 시작으로 이번 겨울에는 여덟 번의 급전지시가 기업에 떨어졌다.

급전지시는 아무 기업에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전에 ‘급전지시에 응하겠다’고 계약을 맺은 기업에만 발령할 수 있다. 계약을 맺은 기업은 현재 3850곳이다. 이들 기업은 급전지시에 응하는 대신 보상금을 받는다.

정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었고 보상금까지 받고 있으니 급전지시를 많이 내려도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얘기는 다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예전처럼 1년에 한두 번 급전지시가 내려올 줄 알고 계약을 맺었다”며 “지금처럼 자주 공장을 멈추면 제품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아도 손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급전지시를 내린 대가로 기업에 지급하는 보상금은 한국전력이 부담한다. 한전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이 급전지시 참여 기업에 보상금을 주는 셈이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급전지시 보상금으로 지급된 돈은 총 46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영향?

정부가 급전지시를 많이 내리는 것은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면 발전소를 덜 지어도 되기 때문에 기업들에 보상금을 주더라도 국가 전체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급전지시가 잦아진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20기가 넘는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60여 년에 걸쳐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탈원전에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앞으로 전력 사용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탈원전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만든 게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 전력 사용량을 추정하고 그에 맞춰 발전소를 얼마나 건설할지 등을 정하는 것이다. 2년마다 계획을 세우는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작년 12월29일 확정됐다.

전력 수요 예측 번번이 빗나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상한 이번 겨울 최대 전력 수요는 8520만㎾였다. 2015년에 만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상한 이번 겨울 최대 전력 수요는 8820만㎾였는데, 이보다 300만㎾를 줄였다.

하지만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된 지 한 달도 안돼 정부 예상은 빗나갔다. 최대 전력 수요가 지난 1월25일 8725만㎾를 기록하는 등 이번 겨울 들어 정부 예상치를 초과한 게 열흘 가까이 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력이 남는 것은 괜찮지만 모자라면 정전 등 큰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완전히 잘못 짜여진 것”이라며 “전력 수요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벗어나 계속 늘어나자 기업들에 연일 급전지시를 발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상 한파 때문에 전력수요가 늘어 급전지시를 발령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겨울에 한파가 찾아오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8년부터 지난 10여 년간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 적은 올해까지 7번이나 된다. 정부 관계자는 “8차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 과거 30년간의 기온 데이터를 평균해 사용했다”며 “그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겨울마다 한파가 온 것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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