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패자부활전'… 솔루엠·대우루컴즈·에이치시티 날개 편다

입력 2018-02-19 19:55  

지금 산업 현장에선

잘나가는 종업원지주회사
삼성전기·대우·현대전자서 독립
임직원들 퇴직금 털어 지분 인수
대기업 울타리 벗어나 홀로서기

변신 두려워하면 안돼
솔루엠, IoT제품으로 다각화
대우루컴즈 75인치 TV로 매출↑
에이치시티, 상장 후 매출 꾸준

창업 동지가 가장 큰 자산
"종업원지주회사 최대 리스크는 산업 변화로 시장 사라지는 것
틈새시장·뉴트렌드에 '촉' 세워야"



[ 노경목 기자 ]
전성호 솔루엠 사장은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일어나 2시간 동안 집 주위를 걷는다. 삼성전기의 한 사업부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다가 2015년 9월 종업원지주회사로 독립한 솔루엠을 이끌면서다. 그는 “삼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을 느끼면서 생긴 버릇”이라며 “체감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걸어야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그늘에서 독립해 새로운 성장 신화를 일구는 종업원지주회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솔루엠을 비롯해 대우루컴즈, 에이치시티, 에스트래픽 등이다.

◆분사의 설움 딛고…

최근 뜨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사들은 대기업의 구조개편 과정에서 정리되는 사업부를 임직원이 인수, 일종의 ‘패자부활’을 거쳐 살려낸 기업이 대다수다. 대기업이 매각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아 외부에서 주인을 찾기가 어렵지만 직원들이 해당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살리면 충분히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솔루엠은 삼성전기에서 전원을 켜고 끄는 부품인 ‘파워’와 채널을 바꾸는 ‘튜너’ 등을 생산하는 사업부가 주축이 돼 독립했다. 세계 TV시장이 정체되며 성장세가 주춤하던 분야다. 대우루컴즈는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2002년 독립한 대우전자의 모니터 사업부와 대우통신 컴퓨터사업부가 2005년 합병해 설립됐다. 에이치시티도 과거 현대전자(지금의 SK하이닉스)가 공중분해되며 품질보증실 산하에 있던 시험인증조직이 2000년 독립해 설립됐다. 에스트래픽은 전자 요금 시스템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되며 2013년 삼성SDS에서 떨어져 나왔다.

설립 자본금은 대부분 직원들의 퇴직금과 종잣돈이었다. 종업원지주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대부분 10~20%에 머무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기 파워·튜너·ESL(전자가격표시기) 사업부장이었던 전성호 사장, 현대전자 품질보증실장이었던 이수찬 에이치시티 사장 등은 분사 전에 해당 사업 리더 또는 실무책임자였다.

◆어떻게 살아남았나

솔루엠은 지난 13일 첫 소비자용 제품을 내놨다. 주방에 부착하면 공기 질과 온도를 체크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제품 ‘키코 키친’이다. 인터넷 TV 등장으로 갈수록 쪼그라드는 튜너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B2B(기업용) 제품만 생산하던 업체인 만큼 디자인과 마케팅까지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직원들은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관련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 사장은 “삼성전기 재직시절 CES 현장을 자주 찾아 보고서를 만들곤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당시 내가 봤던 것은 CES 트렌드의 3%도 안 됐다”고 말했다.

모니터 사업을 주로 해온 대우루컴즈는 지난달 75인치 TV를 출시했다. 지난해 매출은 1500억원으로 2002년 200억원대에서 다섯 배 이상 뛰었다. 그 사이 동부대우전자는 다시 매물로 나왔고 대우통신에서 분사해 나온 7개 업체 중 6개가 사라졌다. 윤춘기 대우루컴즈 사장은 “종업원지주회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분사돼 나온 사업의 시장이 산업 구조 변화로 사라지는 것”이라며 “2008년을 전후해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일반 모니터에서 산업용 모니터로 주력 제품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한 에이치시티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수요가 늘고 있는 배터리 관련 인증에도 추가 투자했다. 에스트래픽은 작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분사 당시 382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지난해 950억원으로 2.5배 늘었다. 잘 알려진 하이패스를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 관련 사업을 확장한 데 따른 결과다.

이수찬 사장은 “2000년대 초 현대전자 관련 업체들이 하나둘 도산하며 일거리가 빠르게 줄었는데 종업원지주회사를 함께 설립한 40여 명의 직원이 서로 버팀목이 돼 위기를 넘겼다”며 “지금도 함께 일하는 ‘창업 동지’ 35명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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