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세계 증시 덮친 '긴축 발작'… 미국 금리인상 속도 지켜봐야

입력 2018-02-20 17:58   수정 2018-02-21 06:56

최근 세계 주식 시총 5조달러 증발… 한국도 10% 하락세
자산 거품·인플레 겨냥한 미국 통화긴축 가속화 우려 결과
'통화정책 정상화 공조'로 신흥시장 자금이탈 걱정은 덜어

장보형 <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



미국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순항할까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한때 세계적으로 주식 시가총액만 5조달러 이상 증발하는 등 금융불안이 고조됐다. 한국 역시 최근 급락장에서 주가가 10%가량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다시 위험회피 심리가 부각되며 달러당 110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주가 폭락의 기폭제가 실은 ‘호재’로 간주될 수 있는 소식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미국의 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면서 2009년 6월 이후 최고 상승세를 나타냈다.

임금 상승은 그동안 미국에서 고용 회복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거듭하던 물가 간의 ‘잃어버린 고리’를 메우면서 경기 회복의 공고화를 입증하는 청신호가 된다.

문제는 임금 상승이 급격한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의 신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좋으면 고용이 늘고, 결국 물가가 올라가는 패턴을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을 저점으로 미국에서 경기와 고용은 계속해서 양호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지만, 정작 물가는 계속해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임금이 견실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 역시 뒤늦게나마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물가 상승은 그동안 물가 침체, 특히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부담에 시달리던 경제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논리적 추론은 물가 상승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그 결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했고, 이는 자금조달 비용이나 할인율 상승에 따른 광범위한 주가 하락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글로벌 대표금리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 2.9%대까지 오르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재가 악재도 되는 '뉴노멀' 경제

호재가 악재로 반영되는 이와 같은 역설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도리어 그의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계획이 ‘큰 실수’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이미 8년 반에 이른, 사상 세 번째로 긴 경기회복기의 막바지 국면에서 굳이 막대한 재정을 동원한 트럼프의 인위적인 경기부양 시도가 물가 급등만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호재를 마냥 호재로 즐기기 어려운 ‘뒤죽박죽의 세상’인 셈이다.

Fed는 2015년 말 제로(0)금리를 탈피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다섯 번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고, 지난해 10월에는 4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자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했다. 현재 Fed의 기준금리는 연 1.25~1.50%, 보유자산은 4조4000억달러 수준인데, 올해도 세 번의 추가 금리 인상(총 0.75%포인트)과 최대 4200억달러의 보유자산 축소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 3% 내외로 추정되는 적정금리나 많아야 3조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적정 보유자산 규모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정도의 통화정책 정상화라면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나 국제 금융시장에 별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Fed의 경험을 볼 때, 경제 회복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통화 긴축은 오히려 경기 과열을 억제하고 경제의 건강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경제나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통화정책의 성격 변화 유의해야

여기서도 문제는 통화 긴축의 성격이다. 금리 인상이나 자산 축소가 경제 회복을 반영한 수준을 넘어서 자산시장 과열이나 인플레이션을 겨냥하고 있는 경우라면, 통화 긴축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결국 실물경제 회복세를 꺾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데, 그 여파는 진원지인 미국을 넘어서 국제적으로 달러 유동성 경색과 대규모 자금 유출 등의 광범위한 충격으로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국제 금융시장 혼란은 이처럼 Fed 통화정책 정상화의 부정적 성격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사실 미국의 임금 상승에 따른 충격, 즉 인플레이션 우려 외에도 이미 9년여에 걸쳐 거침없는 상승세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 증시를 필두로 세계 주가는 물론이고 부동산이나 비트코인에 이르기까지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었다. 이런 가운데 Fed, 나아가 유럽중앙은행 등 다른 지역의 중앙은행들도 연달아 자산 거품이나 인플레이션 우려에 맞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상을 풍미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 테마는 경제나 고용, 임금과 물가, 또 금융시장 등에 걸쳐 기존 인과관계가 크게 뒤틀렸고, 아직 그 고유한 실체는 불분명하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정상화’는 더 이상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그 전례나 사전의 기준 없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가는 불확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통화부양책을 정상화하는 과정 역시 이처럼 험난한 경로가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도 뒤죽박죽의 뉴노멀 세상에서는 호재가 악재가 되고 악재가 호재가 되는 식으로 다양한 재료의 역설이 난무하면서 Fed 통화정책의 경로나 효력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경기 회복이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또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부채 증가에 기반한 자산 거품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은 통화정책 정상화가 Fed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여세가 국제적으로 확산될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유럽중앙은행은 올해 자산 매수 규모를 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로 줄였고, 오는 10월부터는 자산 매수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기준금리도 연내 일부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본은행 역시 출구전략 논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6년 반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1~2회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험난한 경로 불가피한 '정상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Fed 위주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국제적으로 달러화 강세나 미국으로의 자금 환류 등에 따른 우려가 컸다. 이른바 ‘통화정책 차별화’가 쟁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Fed를 넘어 국제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공조’ 혹은 ‘통화정책 수렴’이 부각되면서 달러화 강세나 신흥시장의 자금 이탈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 Fed에서 시작된 통화정책 정상화가 모처럼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에 힘입어 선순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거품 우려 혹은 또다시 Fed를 선두로 주요국 간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 차이’에 따른 차별화 논리에 떠밀려 악순환에 빠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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