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독재는 가능한 정부체제'라는 중국

입력 2018-03-05 18:12  

리처드 맥그리거 < 호주 로위연구소 선임연구원 >


[ 박상익 기자 ] 중국 공산당은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를 위한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현행 제도 아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23년까지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야 한다. 이 제약이 사라지면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이전과 다르게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이념을 세계로 알리는 동시에 정부 기관을 집어삼키고 있다. 시 주석이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는 ‘독재는 실행 가능한 정부 체제’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미국의 경제·안보상의 경쟁자가 아니라 이념적 경쟁자로 만든다.

만약 이런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다면 그것은 아마도 비밀 유지라는 레닌주의자들의 오랜 습관 때문일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러나 기업에 대해서는 대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은 오랫동안 기업 운영에서 당의 역할을 숨겼다. 최근 중국 정부는 정책을 뒤집고 기업 정관에 공산당의 폭넓은 역할을 명시했다. 기업의 결정과 인사권을 막후에서 휘두르던 세력이 이제는 그 힘을 공공연하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에도 당 조직

공산당은 중국 내 민간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이나 합작 벤처기업에도 당 조직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안팎으로 상당한 규모의 민간기업이라면 이제 공산당 조직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당이 법 위에 있어 기업들로서는 저항할 수단이 없다.

유럽 기업은 이를 되돌리려고 노력했다. 주중국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성명에서 이런 변화는 추가 지배를 만들어 내고 기업의 독립적 의사 결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이 중국의 기업지배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일축했다.

중국 정부는 세계 무대에서 점점 커지는 외교력과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의 체제를 서구 민주주의 대안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는 5년 전만 해도 보기 드문 것이었다. 이제 시 주석은 정치적·경제적 혼란에 직면한 세계를 위해 ‘중국식 해결책’을 얘기하고 있다. 집권 이후 그는 자신과 당에 권력을 집중하면서 관료 중심의 정책 기능은 약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해외에서 초강대국이 되려는 노력을 공격적으로 펼치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미국을 지배적인 위치에서 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축거침 없는 '초강대국의 꿈'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 모델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모델을 수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가 정말로 홍보하고 있는 것은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가 합법적일 뿐만 아니라 서구 민주주의 체제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냉전 시절 마르크스주의 대 자본주의의 경쟁과는 다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따르지만 그들의 이념은 단일화한 국가 권력이다. 중국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다른 독재정치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이제 시진핑의 공산당은 자신만의 시스템을 강력히 내세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정치 체제가 격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유감이다. 번영하는 민주주의에서 발현되는 소프트파워가 지금처럼 절실하게 필요했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은 리처드 맥그리거 호주 로위연구소 선임연구원이 ‘Xi Jinping’s Ideological Ambitions’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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