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속도 예상 뛰어넘어… 북한 비핵화 의도 정확히 파악해야"

입력 2018-03-06 22:29   수정 2018-03-07 09:05

남북 합의내용 뜯어보니

외교 전문가들 분석

체제보장 비핵화 주장은 북한의 고전적 수법
짧은 발표문만 봐서는 판세 읽기 어려워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구축은 예방적 안보 효과



[ 이미아 기자 ]
대북문제 및 외교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4월 말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라고 입을 모았다. 역대 정상회담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평양을 떠나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 온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서로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6일 “김정은이 평양을 떠나서 판문점으로 온다는 건 자신이 ‘정상 국가의 지도자’임을 과시하고자 하는 자신감과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회담 장소와 관련해 우리 쪽과 많이 타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특사단 방문과 4월 말 열릴 남북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 관계를 위한 판부터 먼저 깔아야 북한과 미국 간 대화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정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그대로 하라고 한 건 북한이 우리 측의 운신 폭이 너무 좁아지면 남북 협상에 불리하다고 본 듯하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구축이 제일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휴전 상태에서 언제든 일촉즉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구축됐다는 건 그만큼 예방적 안보 효과가 강해졌다는 뜻”이라며 “매우 기쁜 일이며 이런 기조로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핵화와 관련해선 “북한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지,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해석할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각각 신중론을 펼쳤다. 위 전 대사는 “아직 전후 맥락이 전부 공개되지 않고, 각 항에 담긴 무거운 의미에 비해 문장이 지나치게 짧다”며 “현 상황만 갖고는 판세를 읽기 어렵고, 적어도 이번 주말까진 기다려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관련 4강 국가들이 이번 문제와 관련해선 섣불리 입장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내세운 비핵화와 관련해 각국에서 어떤 문맥으로 파악할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수석은 “우리 쪽 발표문만 봐선 너무 짧아서 전후 맥락을 알 수 없다”며 “어떤 상황에서 각 항이 나왔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내용이 지금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서 성급히 평가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 후에도 계속 협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게 남북한 양측의 입장이어서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교류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비핵화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관건은 비핵화에 대한 해석”이라고 단언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은 ‘체제 보장 없는 비핵화란 없다’는 논리로 계속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해왔으며, 이 논리가 바뀌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비핵화 문제가 의제에 오르지 못하면 남북 정상회담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체제 보장 시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고 미국과 비핵화 협의를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은 그동안 북한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항상 해 온 고전적 수사”라며 “자칫 잘못하다간 북한이 계속 내세워 온 비핵화 논리에 묶여 북한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역시 “‘북한의 비핵화’란 구절이 너무 모호하다”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 추진 속도는 과속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발표문에서 나온 비핵화 관련 항목들을 보면 하나같이 조건이 붙어 있다”며 “과연 미국에 가서 이 부분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언뜻 보기엔 북한이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선 듯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동안 내세워 온 핵 개발 논리와 달라진 게 없다”며 “미국으로선 이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우리 특사들에게 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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