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대 제조업 가운데 성한 곳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입력 2018-03-08 17:44  

조선·자동차 이어 철강·섬유·LCD·가전까지
제조업 업그레이드, 신산업 키울 정책 시급



‘반도체 착시’에 가려졌던 한국 제조업의 암울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는 구조조정 태풍 속에 일자리 ‘효자’에서 ‘근심거리’로 전락했다. 철강은 통상전쟁에 급제동이 걸렸고, 섬유도 수출·내수 동반 부진으로 탈진 상태다. 지난해 호조였던 LCD 등 디스플레이까지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이 겹치며 상황이 급반전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출 견인차, 지역경제 핵심, 양질의 일자리 공급원이던 제조업이 단단히 고장난 것이다. 그간 반도체 호황 덕에 수출·생산이 호조인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10대 제조업 가운데 성한 곳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끝 모를 조선업 구조조정, 한국GM 사태, 금호타이어 매각 지연 등으로 지역경제에까지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잘나간다는 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교체주기 장기화,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으로 인해 점차 부정적 전망이 늘고 있다. 반면 추격 대상인 인텔은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쇼에서 보듯, 새 영역을 개척해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세계 최고라던 가전조차 다 끝난 줄 알았던 일본 소니에 프리미엄TV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수출전선도 먹구름투성이다. 산업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10대 수출제조업 중 수출이 개선될 업종은 지난해 부진해 기저효과가 큰 자동차, 정보통신기기, 섬유 정도다. 나머지는 수출 감소(조선, 가전) 또는 증가세 둔화(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일반기계)가 예상되고 있다.

제조업이 골병 들고 있음은 6년째 추락하고 있는 가동률이 뚜렷이 보여준다. 지난해 평균가동률은 72.6%로 19년 만에 최저였다. 작년 12월(70.2%), 올 1월(70.4%)에는 70% 선마저 위협받았다. 반면 재고는 지난해 9.7%나 늘었다. 가동률 저하는 곧 투자 위축과 실업으로 귀결돼 심각성을 더한다.

문제는 악재가 겹겹이 쌓여 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회복의 훈풍을 체감하기도 전에 통상전쟁이 현실화하고 있고 중국발 공급과잉은 손쓸 방법도 없다. 생산성 향상은 더딘데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단축 등 고비용 요소만 쌓여 간다. 간판 대기업들조차 지배구조 개선 압박과 사법 리스크에 역량을 소진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국 제조업은 이제 ‘게임 체인저’는커녕 ‘빠른 추격자’ 지위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혁신성장은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에 올인하느라 기존 제조업 활성화는 관심조차 없다. 분배와 노동정책은 넘쳐나는데 산업·통상정책은 거의 안 보인다. 미래 신산업 투자를 위한 규제혁신 논의도 정치권의 ‘대기업 특혜론’에 막히기 일쑤다. 제조업이 체력도, 의욕도 잃은 만성병 환자를 닮아간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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