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함께 갈래요 ?… 고갱이 반한 사랑의 섬으로 !

입력 2018-03-18 16:05  

지구에 남은 마지막 파라다이스 타히티

태고의 신비 간직한 지상낙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타히티라는 이름을 듣고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이 떠올랐다. 중학생 시절 미술책에서 본 구릿빛 피부에 묘한 눈을 가진 사람들. 어린 시절이었지만 고갱의 화폭에 담긴 타히티는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여행 일정을 받아들고 중학생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설렘도 기대도 더 컸던, 지구에 남은 마지막 파라다이스 타히티 이야기다. 타히티=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유명 화가와 감독이 좋아한 타히티

타히티(Tahiti)는 하나의 나라나 섬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서유럽 면적과 견줄 수 있는 약 400만㎢ 바다 위에 118개의 섬으로 이뤄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전체를 부르는 말이다. 타히티라는 이름은 이 중 가장 큰 섬이면서 본섬(주도) 이름에서 따왔다. 이곳엔 타히티 수도 페페에테(Papeete)도 있다. 하와이와 뉴질랜드, 사모아, 이스터섬 등이 에워싼 남태평양 망망대해 위에 절대자가 한 땀 한 땀 수놓아 숨겨놓은, 청정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는 크게 5개 군도로 나뉘어 있는데 소시에테, 투아모두, 말퀘시스, 오스트랄, 갬비어 등이다. 타히티 원주민들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섬들이 자신들의 신앙과도 같은 마나(Mana)라는 강한 기운에 둘러싸여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타히티는 다도이면서 커다란 하나의 섬으로 인식된다. 이곳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26도 전후로 1년 내내 수영이 가능한 쾌적한 날씨를 자랑한다. 히든 아일랜드라 부르는 외부 출입이 적은 섬들은 타히티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타히티 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맑기로 소문 나 있다. 오랜 시간 세계 유명 화가와 작가, 영화감독들에게 사랑받으며 작품 무대로 사용될 수 있는 이유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타히티의 첫 여정이 될 타하(TAHA’A)까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배를 바꿔 타는 수고를 반복해야 했다. 아쉽지만 아직 한국에서 타히티로 떠나는 직항은 없다.

타히티의 관문 파페에테공항. 대낮에 도착했는데 창밖이 어두웠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도 어찌나 센지 내리는 비가 사선으로 날렸다. 1년에도 잠깐 머무는 우기라고. 방문한 타이밍이 절묘하다. 악천후 때문에 비행기 문은 열리지 않았고 승객들은 30여 분을 대기했다. 화창한 날을 기대하고 왔는데 걱정됐다.

자신만의 온전한 평화 누리는 타하 섬

다행히 기우였다. 비행기를 빠져나와 타하로 향하는 동안 조금씩 날이 개면서 언제 흐렸느냐는 듯 맑아졌다. 거짓말 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맑았다. 올려다보기 아까울 만큼 푸른 하늘과, 생수보다 더 투명한 바닷물, 깨끗한 유리 상자에 담아가고 싶은 공기까지 필자를 둘러싼 타히티의 모든 것이 맑았다. 타하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큰 섬에 속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90㎢ 면적에 아래쪽 라이아테아 아일랜드와 290㎢에 달하는 라군을 공유하고 있어 다양한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존재한다.


바히네 아일랜드라는 작지만 프라이빗한 섬을 둘러보고 르 타하 아일랜드로 향했다. 두 섬 모두 가족과 지인들이 찾아와 조용하게 쉴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누구에게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롯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작은 섬이지만 미슐랭 셰프들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맛난 음식과 함께 나만의 바다에서 즐기는 액티비티는 남다르다. 숙소는 바다 위에 세워진 방갈로다. 오갈 때마다 나무데크를 따라서 바다를 거니는 느낌이다. 고요하고 평화롭다. 타히티는 연일 파도가 잔잔해 수상 방갈로가 많다.

소수만의 섬이지만 밤마다 원주민의 화려한 춤과 노래 공연을 볼 수 있다. 열대과일에 타히티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며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 매일 밤 추억은 깊어진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만나는 진짜 천국이다.

흑진주에 빠지고… 바닐라 향에 취하고…

날이 밝고 타하 본섬으로 들어갔다. 타히티에서 타하도 작다고 들었는데 하룻밤을 보낸 섬과 비교하면 대륙이다. 이곳에서 샹퐁 진주농장(Champon pearl farm)을 찾았다. 가족이 운영한다는 이곳은 바다에서 직접 진주를 양식하고, 상품으로 가치 있는 진주를 캐 와서 가공해 판매까지 하는 시설이다.


흑진주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타히티의 대표 보석이다. 세계 흑진주의 95%가 타히티에서 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진주 등급을 AAA와 AA, A 세 등급으로 나누는 데 이곳에선 A와 B, C등급으로 나눈다고 한다. 각 등급은 진주 퀄리티와 원형에 가까운 모양,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흑진주가 유명하지만 색상은 개인의 취향이라 등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진열대에 걸려 있는 목걸이와 팔찌, 귀걸이 등으로 가공된 영롱한 진주들이 남태평양에 늘어서 있는 118개의 섬처럼 느껴져 타히티의 대표 보석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진주가 타히티를 대표하는 보석이라면 바닐라는 타하를 대표하는 농작물이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바닐라의 70~80%가 이 작은 타하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대단하다. 전 세계 요리사들에게 최고의 재료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사실 타히티의 기념품으로도 손꼽히는 바닐라가 이곳에서 대량 생산되기 때문에 타하는 ‘바닐라 섬’이라는 이름도 가졌다.

농장에 도착하니 길게 꼬리를 내린 바닐라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익어가고 있다. 난초과의 덩굴식물인 바닐라는 여물기 전의 여우 팥 열매를 닮았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바닐라는 고대 아스텍인들이 초콜릿 음료를 마실 때 향을 내기 위해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전해진 향료다.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잔뜩 기대하고 왔지만, 농장에서 바닐라 향을 맡을 수는 없었다. 바닐라는 열매를 따서 특수한 발효과정을 거쳐야만 우리가 알고 있는 특유의 바닐라 향이 난다고 한다. 농장 한쪽에서는 다양한 바닐라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곳 바닐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로 이 맛이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폴 고갱이 빠진 신비의 자연 ‘모레아’

실제로도 확인했지만, 타히티는 세계에서 물이 맑고 투명하기로 손꼽힌다. 맑은 바다에 사람을 공격하는 생물도 없어 자연스레 해양스포츠가 발달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말만 듣고 신나게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기절초풍했다. 눈앞으로 조스(Jaws)가 나타난 것이다. 기겁했는데 알고 보니 레몬상어(Negaprion brevirostris)란다. 눈코입이 진짜 식인 상어인 백상아리를 닮았다. 노란 기가 도는 회색빛 몸을 가져 그렇게 불린다고.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 안심하라고 가이드가 거듭 당부했다.


타히티의 자연은 모레아(MOOREA)가 정점이었다. 맑은 물과 아늑하고 고요한 섬은 당연, 1207m의 높은 봉우리를 자랑하는 토히베산(Mt. Tohivea)이 있다. 1000m 넘는 산은 한국에서도 ‘천고지’라고 부르며 높이를 인정한다. 섬 한가운데 우뚝 선 토히베산 덕분에 모레아는 사방으로 우거진 숲과 함께 태고의 자연을 이루고 있다. 산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 영화 ‘아바타’의 실사판이다. 야트막한 오르막을 지나니 안쪽으론 계곡이 흘렀다. 가이드가 겉옷을 벗더니 물속으로 뛰어든다. 며칠 내린 비가 흙을 품고 왔는지 계곡의 물은 바다에서 본 것만큼 투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히티는 그 어느 곳을 가도 1등급 청정지역이라 그마저도 깨끗해 보인다.

조붓한 길을 따라 10여 분 더 걸어가니 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렸다. 공기 중에 수분이 짙어지는가 싶더니 폭포가 나타났다. 시야가 또렷하지 않다. 당연히 몽환적일 수밖에. 폭포는 웅장하진 않지만, 모레아의 자연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이룬다. 그저 멋지다.

정상까지 가고 싶었는데 하산이란다. 다음에 오면 길을 내서라도 제대로 된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 타히티에는 사자나 늑대, 여우 등 맹수가 없다고 한다. 뱀조차 없다고. 물속에도 산속에도 사람을 해치는 동물이 없다니 정말 천국이 아닐까.

산을 내려와 과일주스 공장에 들렀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스가 직접 갈아 마시는 것처럼 신선하다. 조금 과장하면 식도를 통해 오장육부가 씻기는 기분이다. 타히티에서 머무는 며칠,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도시에서 묻어온 시름을 덜어낸 것 같았다.

여행정보

타히티는 한국에서 가는 직항이 없다. 최소 한 번 이상 경유를 해야만 한다.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은 일본의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가서 타히티의 국적기인 에어타히티누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도착은 타히티 본섬의 수도 파페에테공항이다. 타히티는 전적으로 휴양지다. 평생에 한 번 허니문은 물론 쉬고 싶은 사람에게 이보다 좋은 곳도 드물다. 허니문으로는 보라보라섬이 유명하다. 보다 개인적인 곳을 원한다면 타하를, 진짜 타히티의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모레아를 추천한다. 일정과 동선은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휴양지다 보니 자유여행보다는 항공과 숙소, 액티비티 등을 묶어 패키지로 가는 것이 편하다. 작은 섬에 틀어박혀 아무런 간섭도 없이 며칠을 보내는 것도 좋다. 물속에 한 번, 숲속에 한 번, 도시에 한 번 들어가 보면 어디 가서 타히티에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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