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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고젝… '아세안 유니콘' 잇단 탄생

입력 2018-03-19 19:25  

한국은 '규제 족쇄'에 걸음마도 못떼는데
펄펄 나는 동남아 승차공유서비스

싱가포르 등 스타트업 성장단계별 적극 지원



[ 박상익 기자 ]
그랩(Grab)이나 고젝(Go-Jek) 같은 동남아시아 토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세계가 주목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현지 정부의 규제 철폐와 산업 진흥책이 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은 과거 없던 서비스가 나오면 일단 막고 보자는 ‘땜질식 규제’ 대신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만 있다면 먼저 성장시켜야 한다는 정책 목표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4년 ‘스마트네이션’을 국가 목표로 선포하고 각종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 취지다.

이런 정책에 따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구상부터 성장 단계별로 자본 지원, 창업보육, 세제, 기술 등 각종 지원책을 제공한다. 자국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링크트인, 우버,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그랩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 것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697㎢로 서울보다 약간 넓은 수준이어서 교통량 억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보통 차량 한 대를 소유하려면 1억원 이상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만 택시는 기사가 가고 싶은 곳으로 손님을 골라 태우는 기형적 영업이 만연했다. 승차공유 서비스는 대중교통과 택시가 챙기지 못한 곳까지 영업망을 넓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했다. 몸이 불편하거나 짐이 많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대중교통 연계 효과도 높아졌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극심한 교통정체로 악명이 높은 도시다. 일반 시민들은 자동차 운전보다 오토바이 운전을 선호한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기사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 고젝이 등장한 이유다.

인도네시아에선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를 대중교통 체계 안에 편입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고젝과 그랩바이크 등의 신규 기사 모집에 제한을 두는 등 규제 확대를 검토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승차공유 서비스 회사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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