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축의 '화룡점정'은 사람이 모인 공간에 행복한 기억 남기는 것"

입력 2018-03-21 17:29  

화성 동탄2신도시 호수공원서 '루나쇼' 펼치는 - 조병휘 디자인그룹 빅 대표

국내 손꼽히는 테마파크 전문가
멀티미디어 기술·분수 결합된
'루나쇼' 기획부터 설계·시공 맡아

여수엑스포 '빅오쇼' 로 큰 찬사
"국내 기술도 이미 세계 수준급
해외 부럽잖은 멋진 테마파크"



[ 조수영 기자 ]
“우리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순간을 기획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모인 공간에 특별함을 더하는 ‘화룡점정’을 남기는 것이 건축의 가장 큰 핵심이니까요.”

조병휘 디자인그룹 빅 대표(42·사진)는 국내의 손꼽히는 테마파크 전문가다. 건축가이면서도 무대미술, 디자인에 음향까지 관리하는 멀티미디어 쇼 기획자로 꼽힌다. 그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호수공원에서 멀티미디어 기술과 분수가 결합된 ‘루나쇼’를 기획부터 설계, 시공까지 책임지고 있다. 늦어도 올가을께 막을 올릴 루나쇼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조 대표는 “루나쇼가 동탄2신도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입히고 주민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안겨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엑스포 ‘빅오쇼’를 기획하다

조 대표의 건축과 공간에 대한 시각은 이탈리아에서 형성됐다. 1999년 한국외국어대를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맛있는 빵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오라”던 아버지의 뜻을 따른 선택이었지만 현지에서 그를 사로잡은 것은 건축이었다. 그곳에서 마주한 건축물에는 곳곳에 역사와 이야기가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건축대학에서 세계적 건축가 프랑코 푸리니의 제자로서 도시, 건축, 조경을 공부했다. 이탈리아에서 ‘베르니 어소시에이츠’라는 건축 아틀리에를 운영했고 푸리니의 수석디자이너로서 도시건축 실무도 쌓았다. 조 대표는 “유럽의 건축에는 디자인을 전개하는 단계마다 이야기를 입히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며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것은 세련된 기술보다는 그 공간을 마주했을 때의 ‘순간’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2008년 이탈리아에서 ‘올해의 젊은 건축상’까지 수상하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2012년 여수국제박람회는 전환점이 됐다. 여수엑스포 마스터플랜 수립 위원으로 조직위원회에 합류해 ‘빅오쇼(Big O show)’의 기획과 설계, 건설을 맡았다. 여수 앞바다를 무대로 분수와 레이저, 불꽃, 홀로그램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쇼는 엑스포 기간 내내 큰 찬사를 받았고 지금도 여수의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

여수엑스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그는 한국에 터전을 잡았다. 2014년 테마파크, 리조트 등에 연출기법을 도입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에 집중하는 ‘디자인그룹 빅’을 열었다. 그와 동료들의 손을 거쳐 잠실 롯데월드 테마몰 하늘영상,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멀티미디어쇼, 남해 독일마을 독일문화체험센터 등이 탄생했다. 지난해 남해에서 문을 연 이순신추모공원은 기초설계부터 시공, 멀티미디어쇼까지 모든 단계를 총괄했다. 이순신추모공원에서 조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이락사’ 광장이다. 이순신 장군이 떨어진 장소를 기린 곳으로 멀티미디어쇼를 통해 방문객들이 이순신 장군을 직접 만나 알아갈 수 있도록 구현했다.

잊지 못할 기억 줘야 부동산 가치 올라가

건축가로서는 낯선 행보라는 지적에 대해 조 대표는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멋진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건축”이라고 답했다. 국내에서 건축, 건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설계, 기획자와 시공이 분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건축물에 구현해내고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사업 마지막 단계까지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가 이끄는 ‘디자인그룹 빅’은 설계자가 초기 콘셉트를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부터 시공까지 지휘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설계전문가를 비롯해 무대디자인, 전자전공, 음향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됐다. 조 대표가 총괄감독으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진두지휘하고 단계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꾸린다. 멀티미디어 공간 연출의 ‘어벤저스 군단’인 셈이다.

올가을께 동탄2신도시 호수공원에서 선보일 ‘루나 쇼’는 조 대표와 디자인하우스 빅의 기술력과 상상력이 한데 모인 작품이다. ‘호수에 뜬 달’을 모티브로 호수위에 드리운 달빛이 갖고 있는 전설과 역사, 기억을 담아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15m 높이의 둥근 조형물은 달을 형상화했다. 주변의 조명, 분수, 영상과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지난해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조달청장상을 받으며 독창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 쇼가 대중에 공개되면 해외 작품전에도 출품할 예정이다.

루나쇼에서 조 대표가 가장 자신하는 부분은 모든 기술을 국내에서 조달했다는 점이다. 그는 “여수 빅오쇼 당시 하드웨어적 기술은 국내가 최고지만 음악, 미술 등 소프트웨어는 아직 부족해 해외기술로 채워야 해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 루나쇼는 거의 모든 기술을 직접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루나쇼의 주요 스토리라인과 영상기술은 물론 음악까지 직접 제작했다.

최근에는 중국 부동산기업에서 협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에 멋진 건축물을 지어 사람을 불러모아도 그들이 머물러야 부동산의 가치가 커집니다. 그걸 위해선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안겨주는 게 필요하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조 대표는 테마파크, 멀티미디어쇼와 관련된 국내 기술이 이미 세계 수준급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들이 해외에서 우수사례를 찾는데 이미 국내에도 수준급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어우러져 있다”며 “굳이 해외까지 갈 필요 없이 국내 기술로도 멋진 테마파크를 지을 수 있다는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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