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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금리 역전… 한국은행의 운신 폭 축소가 걱정이다

입력 2018-03-22 17:40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연 1.50%)보다 높아졌다.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은 10년7개월 만이다. Fed는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망대로면 올해 안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0~2.25%까지 도달하게 된다.

세간의 가장 큰 우려는 대규모 자본유출일 것이다. 당장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국제 자본이 단지 몇 %포인트의 금리 차이만 보고 움직이는 것은 아닌 데다, 최근 한국의 경제 및 지정학적 여건이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국내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 모습을 보인 것도 긍정적 신호다.

그렇다고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다. Fed는 한번 인상을 시작하면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지속적으로 올리는 게 보통이다. 국내 사정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 국내 경기가 미국만큼 좋다고 보기 힘든 데다, 금리를 올릴 때는 내릴 때와 달리 정치권 눈치도 봐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45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및 주식시장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강세가 더욱 가팔라지면 수출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하며 우물쭈물하다 보면 금리 차는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 외부 충격이라도 생기면 그야말로 급속한 자본 유출에 노출될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닥치면 한국은행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정말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왔다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저축 의욕을 떨어뜨리고 은퇴자들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한국도 초(超)저금리를 끝낼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금리 정책이 혹시 정치에 의해 길을 잃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개헌,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이 있는 올해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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