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순찰차 구토·난동은 예사… 취객이 때려도 참는 일 많죠"

입력 2018-03-23 18:19   수정 2018-03-24 07:35

TV 속 경찰

드라마 '라이브' 실제 모델
서울 마포 홍익지구대



[ 이현진 기자 ] “나는 누가 뭐래도 지구대가 시민을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장 자랑스러운 경찰 집단이라고 믿어. 내 생각에 동의하면 지구대에 남고, 아니면 당장 사표 쓰고 나가.”

지난 10일 첫 방영된 노희경 작가의 신작 ‘라이브’에서 홍일지구대장 기한솔 경정(성동일 분)은 억울한 징계로 직급이 강등돼 지구대에 온 오양촌 경위(배성우 분)에게 이같이 일갈한다. 기 경정의 말대로 지구대·파출소는 길 안내부터 사건 현장의 초기 대응까지 시민의 일상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경찰 조직이다. 드라마는 ‘전국에서 가장 바쁜 지구대’로 설정된 홍일지구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극 중 홍일지구대의 모델은 서울 마포 홍익지구대다. 이곳은 실제로 ‘전국에서 가장 큰 지구대’다.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도 적잖은 도움을 줬다.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은 노 작가 팀에 드라마 설정과 캐릭터 대사 등을 조언하고 배종옥 배성우 이광수 신동욱 등 주요 배우에게 ‘순찰 체험’을 제공했다. 윤희관 순찰2팀 경사는 “배우들이 일반 지구대 요원처럼 옷을 입고 모든 신고 현장에 다 나갔다”며 “만취한 취객이 (배우를) 알아보지 못하더라”고 웃었다.

치안 서비스 최전선에 있는 지구대의 노동은 다층적이다. ‘치안’이라는 점에서 육체노동이고, ‘서비스’라는 측면에서는 감정노동이다. 온종일 범죄 현장을 돌고 싸움을 막다가 폭언을 듣기 일쑤다.

실제 지구대 업무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취객 보호다. 지역 특성상 강제추행·단순시비·절도 등 사건도 많다. 정회우 순경은 “순찰차에 구토하거나 대소변을 보고 난동을 부리는 것도 힘들지만 경찰에게 퍼붓는 모욕적인 폭언이 가장 힘 빠진다”며 “경찰인 동시에 형이자 친구, 가족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을 폭행하는 공무집행 방해도 비일비재하다. 권순호 경위는 “피해 당사자로 입건되면 일에서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팀에 민폐를 끼친다”며 “바쁠 땐 웬만하면 참는 일이 많다”고 했다.

드라마 방영 후 주변 반응은 어떨까. 정선영 경장은 “예전엔 TV에 나오는 경찰이 대부분 강력계 형사였다”며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지구대 업무가 생생하게 그려지며 ‘네가 이런 일을 하느냐’ ‘너무 힘든 거 아니냐’는 연락이 종종 온다”고 했다.

‘라이브’ 속 햇병아리 시보 순경들은 현장의 부조리가 자신의 소신과 충돌할 때마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경찰의 사명감’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빚을 갚고 집안을 먹여살리기 위해 꾹 참고 일하는 보통의 시민이기도 하다. 이들 주인공에게 사명감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자 정 경장은 이렇게 답했다. “봉사정신과 소명의식 없이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할 수 없어요. 지금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것 자체가 사명감의 증거입니다.” 지극히 ‘경찰’다운 대답이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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