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홀대하는 의료기기 정책… "1등 기업 배출 못해"

입력 2018-03-29 17:53  

자연분만 유도기 '베이디'
심평원 "연구결과 부족"
보험급여 적용 안 해줘

자가치아 유래골 이식술
고시후 3년 넘게 결정 미뤄
결국 국내 시술 접어



[ 한민수/임락근 기자 ]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세계 최초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가 홀대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의료 기술로 인정받지 못해 국내 판매를 포기하거나 해외로의 기술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큐렉소는 자연 분만을 도와주는 분만 유도기 ‘베이디’(사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기기의 지식재산권을 2006년 사들인 뒤 큐렉소가 제품 성능을 개선했다. 베이디는 분만 시 산모의 자궁내압을 높여 자연 분만을 돕는다. 임상시험에서는 아이가 나오는 시간을 38% 단축하고, 도구를 사용한 분만 비율을 37.3%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월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됐으나 지난해 2월 ‘조기기술’ 판정을 받았다. 조기기술은 기존 기술이 아니지만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만한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베이디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의료기기로 관련 논문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학병원과 함께 임상을 하고 관련 논문도 발표했는데 임상을 얼마나 더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8년 한 치과의사가 개발한 ‘자가치아 유래골 이식술’도 2015년 신의료 기술로 인증받은 뒤 급여등재 심사 대상이 됐지만 지금까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 인증을 고시한 뒤 3년 동안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개발자가 고유 번호만 주면 국내에서 시술을 안 하고 해외에서라도 하겠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수년에 걸쳐 개발했지만 기술력을 인정하지 않고 보험수가를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국내 판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메인텍은 두 가지 의약품 주입 방식을 하나의 기계에서 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팔지 않고 있다. 이 제품은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하나만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이로 인해 낮은 수가가 책정됐고 국내에서는 팔아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수출을 선택했다.

세계 최초로 그물형 깁스를 개발한 오픈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기존 기술로 평가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4억원을 지원받아 8년 만에 개발한 신기술이다. 그러나 기존 깁스와 같은 보험수가를 책정받으면서 국내 판매를 포기했다. 낮은 수가는 해외 진출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진환 오픈엠 이사는 “심평원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서만 심사하기 때문에 우리 제품이 재료부터 기술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롭다는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일본 수출을 추진 중인데 일본에서도 한국의 보험수가를 참고하기를 원해 수출 가격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홍순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부회장은 “식약처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한 의료기기에 대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다시 검토하는 것은 중복”이라며 “의료기기 판매 후 실제 사용에 따른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도 있는 만큼 인허가 과정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임락근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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