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동건 연기 극찬 세례…'7년의 밤' 오영제 어떻게 탄생했나

입력 2018-03-30 15:02   수정 2018-03-30 17:38

영화 '7년의 밤' 오영제 役 장동건 인터뷰



'소름 끼치는 연기력', '섬뜩하고 극악무도한 인물로 완벽 변신'. 영화 '7년의 밤'으로 돌아온 배우 장동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7년의 밤' 영화 평점을 낮게 준 관객은 있어도 그의 연기에 대한 혹평은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극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동건은 25년 만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룬 셈이다.

지난 28일 개봉한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1년 출간 이래 5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독자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으며, 전작 '광해'(1231만명)로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추창민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탄생했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자신이 연기한 '오영제'에 대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인터뷰 한 시간 내내 '오영제'라는 한 소재로만 대화를 나눴음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영화화되기 훨씬 전에 원작을 읽고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영제 캐릭터는 제가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들렸고 저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어요. 정말 신기하고 감회가 새로웠죠."

장동건은 딸을 잃고 지독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 오영제 역을 맡았다. 아이를 학대하기도 하고, 비뚤어진 부성애로 광기 어린 복수심에 사로잡힌 사이코패스 적인 인물이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한 사람의 내면과 심리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한 작품이에요. 어려운 사람이기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죠. 관객이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게 딜레마를 주고 싶었어요. 그 정도로 오영제라는 인물을 설득시키려 했죠."


장동건은 처음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촬영에 돌입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면 안 되는 작품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 그가 생각한 오영제는 샤프하고 댄디하면서 날카롭고 섬세한 사이코패스였다. 섹시하면서 유머러스한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촬영이 시작되자 추 감독은 오영제를 더욱 오영제스럽게 변형시켜 나갔다.

"감독님께서 오영제는 지역사회의 권력자니까 힘이 세 보이도록 살을 많이 찌우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심지어 사냥꾼 이미지까지 말씀하셨죠. 처음엔 당황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 사람의 행위가 설득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규정짓지 않고 현장에서 이런 연기, 저런 연기를 해보며 인물을 만들어갔어요."

장동건은 이 캐릭터를 위해 M자 모양으로 머리를 밀고 파격적인 외적 변화를 시도했다. 매 촬영마다 머리를 깎아내며 탈모가 진행 중인 중년 남성을 표현했다.

"처음 헤어라인을 설정할 때 긴가민가했어요. 변신을 위한 변신처럼 보이지 않을까 우려가 됐죠.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묻어갈 수 있을까 고민도 됐어요. 그런데 분장을 하고 거울을 보니 오영제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영제는 딸을 살해한 최현수와 그의 아들에게까지 끈질기게 복수한다. 장동건은 오영제가 딸을 잃은 원한보다는 자신이 설계한 세계의 틀이 누군가로 인해 틀어져 복수심을 가진 것이라 설명했다. 아내와 딸이 들어있는 자신의 세계를 파괴하는 자를 응징한 것이라고.


특히 오영제가 딸의 넋을 위로하는 굿판을 뒤엎으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악령이 들어와 빙의된 듯 장동건은 말 그대로 미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이 장면을 가장 중압감이 컸던 장면으로 꼽았다.

"오영제가 복수하기 전 터닝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의 기승전결로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죠. 신이 들린 건지는 시나리오에 정확히 나와있지 않았어요. 깽판을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순간 미쳐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촬영 전까지 계속 중압감이 있었어요."

'7년의 밤' 원작자인 정유정 작가도 장동건의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의 기운에 압도됐고 관객을 휘어잡는 굉장한 존재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언론과 평단, 그리고 관객 사이에서도 장동건에 대한 연기 호평이 이어졌다.

"저도 원작의 팬인데 작가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좋고 힘이 됩니다.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원작과 영화의 다른 점이 오영제이니까요. 원작자나 팬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과 너무 많이 달라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렇게 칭찬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뛰어난 외모에 연기력이 가려졌던 장동건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한계를 깨버린 그의 만족감이 답변 한 마디 한 마디에 느껴졌다.

장동건은 '7년의 밤' 개봉에 이어 오는 4월 KBS2 드라마 '슈츠'로 6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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