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두명이 채용 청탁했는데 "누군지 모르겠다"는 금감원

하나금융 채용비리 진실공방
'제 식구 감싸기' 논란

"은행내 전달자들 이미 퇴사
조사 때 기억 안난다 진술"

최흥식 前원장 추천받은 사람
'합격점서 1점 미달' 굳이 밝혀


[ 강경민 기자 ] 금융감독원이 2일 발표한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조사 결과’에선 금감원 직원 두 명도 추천에 따른 채용비리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하나은행 측에 지원자를 추천한 직원이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혀 금감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성일 금감원 특별검사단장(부원장보)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천에 따른 하나은행 특혜채용 중 추천내용에 ‘감독원’으로 표기된 지원자가 두 명 있었다”고 밝혔다. 금감원 직원이 하나은행 측에 채용 압박을 가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서류 및 실무면접을 특혜를 받아 통과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불합격했다는 것이 최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들을 추천한 감독원 직원을 알아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러나 전달자들이 이미 퇴사한 상태에서 검사단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함에 따라 추천자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해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관련 의혹에는 사건 관련자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에 비해 금감원 직원 연루 의혹에 대해선 조사 강도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추천에 따른 특혜채용 정황은 인정했지만 최종 합격한 해당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기준에 불과 1점만 미달했다는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하나은행 전·현직 임원들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의 점수 차이는 전혀 밝히지 않은 채 합격 기준에 미달했다고만 발표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감독기관의 수장이었던 최 전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직원들이 잇따라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에 이날 브리핑에선 금감원의 어떤 공식 유감 표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단 조사 결과 확인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발표한 것”이라며 “향후 엄정한 검찰 수사를 위해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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