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정교해진 北의 '평화 공세'

입력 2018-04-03 18:41  

방북예술단 귀환

'정상국가' 소탈한 지도자
김정은 이미지 변신 시도

남한 특사단 만난 이설주
김정은 가리켜 "제 남편"

4일 예정된 남북실무회담
北, 5일로 연기 제안



[ 이미아 기자 ]
13년 만에 열린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통해 북한의 평화공세가 더욱 정교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미지를 ‘정상국가’의 소탈하고 부드러운 지도자로 ‘세탁’하는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3일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우리 측과 북한 예술단이 한 무대에 올라 합동공연을 열었다. 지난 1일 우리 측 단독공연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다. 이날 공연은 당초 예정보다 한 시간 빠른 오후 3시30분(한국시간)에 시작해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1만2000여 석의 공연장 객석은 북측 관객들로 가득 찼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박춘남 문화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주요 인사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우리 측에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이 참석했다.

지난 1일 우리 측 단독공연에서 사회를 맡았던 가수 서현이 최효성 조선중앙TV 방송원과 함께 사회를 봤다. 북한 관객들은 걸그룹 레드벨벳의 ‘빨간 맛’을 들을 때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실향민 부모를 둔 가수 강산에의 ‘라구요’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부른 뒤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10분 이상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쳤다. 현송월은 공연 직후 “공연이 잘된 것 같다. 훈련이 많지 않았고 거의 반나절 했는데도 남북 가수들이 실수 하나 없이 너무 잘했다. (남북이)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예술단은 김영철 주재로, 태권도 시범단은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주재로 각각 만찬을 했다. 예술단과 우리 측 방북단은 이후 밤늦게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발한 전세기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번 예술단 공연 과정에서 단연 눈에 띈 건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였다. 김정은은 부인과 함께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우리 측 예술단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조용필과 이선희, 레드벨벳 등 참석 가수들과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눴다. 북한 경호 측이 기자단의 공연장 취재를 불허했다는 항의에 김영철이 직접 사과하는 등 전례없는 모습도 연출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이설주가 지난달 5일 평양에서 한국 특사단과 만찬했을 때 김정은을 ‘제 남편’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을 ‘원수님’이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호칭은 매우 이례적이며,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해 ‘보통 국가’ 이미지를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예측 불가능하고 괴팍한 통치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정세 완화 국면에 역행하는 무분별한 처사’란 제목의 개인 논평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비난하며 천안함 폭침을 ‘모략극’이라고 표현했다. 김영철이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고 하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발언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은 또 당초 4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기로 한 남북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경호 및 보도 실무회담을 5일로 연기하자고 제의했다. 통신 실무회담은 7일에 열자고 제안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