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돈으로 사옥 짓고 해외연수… 내부 감시장치 무너진 시민단체"

입력 2018-04-13 18:27   수정 2018-04-15 10:43

'이중적 행태' 논란

기업 때리면서 후원금 요구
후원기업 사외이사 맡기도



[ 임락근/장현주 기자 ]
외유성 출장, 불법 후원금 수수 등의 문제가 갑자기 불거졌지만 참여연대식 시민운동은 오래전부터 적잖은 우려를 자아냈다. 감시 대상인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등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참여연대식’은 진보진영 시민운동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2007년 참여연대 사무총장 시절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1년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측은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 원장의 참여연대 사무총장 당시의 의혹인 만큼 참여연대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청암재단은 노무현 정부 시절 참여연대를 비롯한 다수의 진보적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해외연수를 지원했다.

진보 시민단체들이 과거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은 현대자동차, LG, 교보생명 등 대기업에서도 수십억원 단위의 후원금을 받아왔다. 과거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박 시장은 아름다운재단에 꾸준히 기부했던 기업인 풀무원과 포스코에서 사외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2006년에는 참여연대가 서울 종로에 5층짜리 건물을 지으면서 자신들이 편법 상속을 조사하던 기업 등 850곳에 “계좌당 500만원 이상씩 신축 후원금을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됐다. 주요 기업의 편법 상속 조사 발표를 앞둔 시점이었다.

일각에서는 참여연대가 진보 시민단체들의 대표격인 만큼 이 같은 ‘내로남불’ 논란이 있을 때마다 실망감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는 시민단체의 대표격으로서 1990년대부터 사회의 비리를 감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꼬집으면서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해지는 데 기여했다”며 “자칫 김 원장에 대한 불신이 참여연대, 더 나아가서는 시민사회 전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김 원장 사태에서도 정치적인 이해타산을 고려하지 말고 비판할 부분은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감시 체계를 갖추는 등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재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참여연대가 그들의 후원을 받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스스로가 권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김 원장 논란에서 보듯 시민단체에서는 도덕성을 강조하지만 권력을 쥐면 남용하는 이가 적지 않다”며 “참여연대는 서울대보다 더 힘이 센 조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권력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락근/장현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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