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설 자리 잃는 국산약… 상위 20개 품목 중 국산은 4개뿐

입력 2018-04-16 06:02   수정 2018-04-16 06:45

갈 길 먼 K바이오
(2) 취약한 제약산업

상위 100대 품목 보험청구액
국내 제약사 4년 만에 12% 감소

국산 신약 개발 늘었지만
글로벌사와 견주기엔 '역부족'

개발 느리고 시장 침투력 약해
글로벌 제품 독주 깨기 쉽지 않아

국산 의약품 우선입찰제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 대책 절실



[ 전예진 기자 ]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은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다. 리피토는 지난해 1500억여원이 처방됐다. 2008년 특허 만료 이후 똑같은 성분의 복제약이 100여 개 출시됐음에도 여전히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리피토 복제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종근당 ‘리피로우’ 매출은 400억원대에 불과하다.

고지혈증 치료제뿐만 아니다. 특허가 만료된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중 처방 실적 상위 20대 제품은 국내에서 적게는 58%, 많게는 99%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사들이 발 빠르게 복제약을 출시해도, 다국적 제약사보다 많은 영업 인력으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도 경쟁이 안 된다는 얘기다. 수입 의약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국산 약은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려나는 국내 제약사들

해외 의약품 의존도는 최근 5년 새 심화되고 있다.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보험의약품 급여청구실적 상위 20대 품목 중 국내 제약사 제품은 2012년 8개에서 2016년 4개로 절반으로 줄었다. 이 중 외국 회사 제품을 도입한 것이 아닌 자체 개발 제품은 2012년 5개에서 2016년 3개가 됐다. 상위 100대 품목으로 확대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제품은 43개에서 41개로 감소했다. 그 사이 다국적 제약사의 고가 신약들이 치고 들어왔다. 최근 5년간 상위 20위권에 새로 진입한 품목은 6개로 모두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었다.

이런 현상은 국내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상위 100대 품목 보험 청구액은 2012년 1조3037억원에서 2016년 1조1502억원으로 12% 감소했다. 전체 청구액에서 국내 제약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41.1%에서 2016년 34.4%로 줄었다. 상위 20대 품목 청구액은 2012년 4539억원(36.2%)에서 2016년 2248억원(17.7%)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제약사의 자체 개발 신약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보령제약 ‘카나브’가 처음으로 상위 100대 품목에 진입했고 2015년에는 종근당 ‘듀비에’가 합류해 두 개로 늘어났다. 국내 제약사 개발 품목 중 청구 비중이 가장 큰 개량신약도 8개에서 12개로 늘었다. 그러나 100대 품목 청구액 중 개량신약 점유율은 5년간 10%로 변화가 없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 제품 개수는 늘었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견줄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효능이 같은 국산 복제약마저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국산 신약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 기울어지는 운동장

국산 의약품 입지가 좁아진 근본 원인으로는 제품 경쟁력 저하가 꼽힌다. 경쟁 제품 대비 제한적인 효과와 임상 데이터 부족 등이 한계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국내 개발 신약은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시장 규모가 큰 제품에 집중돼 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다 보니 시장을 뚫기 어렵다.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효과로 허가를 받고 적응증을 확대하는 전략도 국내 제약사 발목을 잡고 있다. 다국적사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 뒤 한꺼번에 여러 가지 효능(적응증)으로 허가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효과가 입증된 제품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제약사의 투자금 회수에 악영향을 미치고 추가 임상과 마케팅 활동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처방 실적 부진→매출 저조→투자비 회수 장기화→임상 및 마케팅 투자 지연→시장점유율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산 신약인 카나브, 제미글로, 듀비에 3개 품목의 평균 매출을 살펴보면 총 R&D 비용에 도달하는 데 3년, 실질적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임상시험할 경우 순이익을 내기 전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국산 약이 점점 자리잡기 어려운 구조가 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처방 실적이 중요한 제약산업 특성상 개발 속도가 느리고 시장 침투력이 부족한 국산 신약이 글로벌 제품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다.

제약업계는 국내 제약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산 신약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공공의료기관 처방의약품 목록에 국산 신약을 의무 등재하고 우선입찰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산 복제약을 활성화하기 위한 약가 제도 개선 등 정부 지원이 없다면 국내 제약산업은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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