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선반·열처리·목형업체 손잡고 '첨단 新제품' 도전

입력 2018-04-19 16:09  

유대수 - 유수기공 사장

김의찬 - 정수목형 사장

이준연 - 케이디시스템 사장



[ 김낙훈 기자 ]
일본은 협업천국이다. 도쿄 오타구나 교토, 히가시오사카 등 중소기업 밀집지역에선 어김없이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공동마케팅에 나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너지를 얻기 위한 것이다. 협동조합운동이 활발한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협업문화가 별로 없다. 최근 소공인 밀집지역인 서울 문래동에서 협업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한 수주산업에서 벗어나 ‘나만의 제품’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협업은 대부분 단기간에 종료된다. 하지만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와 성창근 충남대 교수는 20년째 협업을 하고 있다. 이들 사례를 소개한다.

선반으로 쇠를 깎은 지 46년 된 기능인, 대를 이어 열처리를 해온 중소기업인, 나무 목업(실물모형) 경력 40년의 기업인 등 문래동 장인들이 공동제품 개발을 위해 뭉쳤다. 선반업체인 유수기공의 유대수 사장을 비롯해 목형업체인 정수목형의 김의찬 사장, 열처리업체 케이디시스템의 이준연 사장 등 20여 명이 제품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이들은 3~5개 업체씩 그룹을 구성해 공동제품 개발에 나섰다. 1차로 길이조절 목발, 화재시 유리파쇄기, 기능성 손수레, 치매방지용 수제블록 등 6~7개 제품을 후보로 선정하고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짜고 있다. 일단 쉬운 제품부터 시작해 협업의 중요성과 성공 가능성을 파악한 뒤 점차 첨단제품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동 제품 개발에 참여한 기업인 중 유대수 유수기공 사장(60)은 14세 때부터 선반을 다루기 시작했다. 올해로 46년째다. 충북 제천 출신인 유 사장은 집안 사정이 어려워 중학교 1학년 때 중퇴한 뒤 상경했다. 서울 온수동 주물공장에 취업해 선반작업을 배웠다. 중학교 담임교사로부터 “기술 하나만 제대로 익히면 평생 밥은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선반 기술을 익히기로 했다. 1986년 문래동으로 옮겨 창업한 뒤 일반 기계부품은 물론 미사일 부품까지 깎는 기술을 갖췄다. 일부 기계부품은 독일로 수출하기도 했다.

김의찬 정수목형 사장(55)은 목형 경력 40년의 기능인이다. 목형은 나무로 모형을 만드는 작업이다. 요즘에는 3D프린터를 활용해 수지 등을 재료로 금형도 제작한다. 그는 평택기계공고에서 목형을 전공하고 목형업체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다 2013년 문래동에서 창업했다.

이준연 케이디시스템 사장(45)은 이용익 광덕열처리 창업자(69)의 아들로 40년 가업인 열처리사업을 하고 있다. 진공로 가스질화로 템퍼링로 등을 갖추고 금속열처리를 전문으로 한다. 열처리는 가열·냉각 등을 통해 재료의 특성을 개량하는 공정으로, 이를 통해 무른 쇠가 단단해진다. 이 사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는 서울 양평동의 광덕열처리에 종업원용 야식을 리어카에 싣고 배달하면서 곁눈으로 열처리업을 보며 익혔다. 이 밖에 이명규 대성기계 사장, 오종수 삼진ENG 사장 등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협업에 나선 것은 단순한 임가공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가공은 경기에 민감한 데다 부가가치도 높지 않다. 협업을 통해 ‘나만의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로 한 이유다.

일본처럼 협업 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은 국내에서 이런 협업은 드문 일이다. 일본 도쿄의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오타구(하네다공항 근처)에서는 100개 업체가 모여 공동으로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의 주문에만 의존해서는 불황 타개가 쉽지 않다”며 공동으로 소형 선반과 봅슬레이를 개발했고 미래 먹거리를 위해 수십 종의 의료기기와 재활기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오타구는 전체 기업 4000여 개 중 종업원 19인 이내의 소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주요 업종은 주조 단조 프레스 선반 밀링 도금 열처리 금형업체들로 문래동과 비슷하다.

교토지역에선 공동으로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수주하는 ‘교토시작센터’(핵심활동기업 29개사)를 발족해 2000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오사카 부근 히가시오사카에선 항공기부품, 우주선부품 등을 깎는 정밀금형업체 아오키 주도로 10여 개 업체와 도쿄대 등이 힘을 합쳐 인공위성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의찬 사장은 “앞으로 문래동에서 다양한 협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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