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母회사 주주의 子회사 임원 소송 안돼"… 완전子회사는 허용을

입력 2018-04-27 18:32   수정 2018-04-28 06:09

<48> 이중대표소송의 부정
(대법원 2004년 9월23일 선고, 2003다49221 판결)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대표소송(代表訴訟)이란 회사가 이사나 감사 등 임원에게 책임을 추궁할 소(訴)를 제기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을 때,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상장회사는 별도 요건 있음)가 회사를 대신해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소를 말한다. 이중(二重)대표소송이란 자회사 임원이 자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모회사 주주가 그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이유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등) 임원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다중(多重)대표소송이라 한다. 이런 종류의 대표소송이 가능한 것일까. 이중대표소송에 관해서는 상법에 규정이 없다. ‘대법원 2004년 9월23일 선고, 2003다49221 판결’은 이중대표소송을 부정했다.

이 사건의 사실 관계를 보자. H사는 S사 발행 주식의 80.55%를 소유한 순수지주회사이고, S사는 주로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는 회사다. 원고는 H사 발행 주식의 29.25%를 소유한 주주이고, 피고 갑·을·병·정 등은 H사와 S사의 이사, 대표, 감사 등으로 재직한 이들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인 H사 주주는 ① S사 이사회가 당시 26만원 상당인 주식 1주 가격을 2만3000원으로 산정하고 장외등록을 완료함으로써 S사에 손해를 끼친 점 ② 피고들이 H사가 보유하고 있던 S사 주식 5만700주를 자산재평가 없이 1만6200~2만3000원(매도 당시 자산가치를 재평가했다면 S사 주식은 1주에 19만5254원이 된다)에 타인에게 매도해 H사에 89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점 ③ S사가 H사에 대여금 등 채권 13억2200여만원의 변제를 요구하자 H사 이사회는 이를 H사의 증자, 합병, 이익배당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S사 주식 7만1586주를 주당 1만9550원에 경매 처분함으로써 회사에 125억7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점 등을 들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원고는 ④피고 을이 S사 대표로 재직할 때 보증금 및 임대료 5억700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전제 아래 S사에 입힌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했다. 이 부분이 이중대표소송이 된다.

최초로 이중대표소송 인정한 高法

원고가 피고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 및 이중대표소송을 심리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03년 8월22일 선고, 2002나13746 판결)은 위 대표소송에 대해서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원고가 S사의 모회사인 H사 주주로서 S사 대표인 을의 업무상 횡령으로 인한 S사 손해에 관해 피고 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대표소송(이중대표소송)에 대해서는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심이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배회사의 이사회에 대한 제소청구 또는 지배회사 이사를 상대로 한 대표소송만으로는 종속회사 이사의 부정행위로 인한 지배회사의 간접적인 손해액을 평가하기 어렵다.

둘째,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하지 않으면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모두 지배하고 있는 경영진이 종속회사를 통해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위험이 존재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난점을 극복하기 어렵다. 반면 종속회사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사들의 종속회사에 대한 부정행위를 시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함으로써 종속회사 이사들의 부정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종속회사의 손해는 종국적으로 지배회사 주주의 손해로 귀속되므로 이중대표소송을 통해 종속회사의 손해를 회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지배회사 및 지배회사 주주의 손해를 경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은 이중대표소송의 현실적 필요성을 근거로 원심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주의 개념에 ‘회사인 주주의 주주’를 포함한다는 이론적인 조작을 통해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大法 “원고적격 흠결돼 위법”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특히 원심 법원의 판결 중 피고 을의 업무상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 인정 부분(이중대표소송 부분)을 파기하며 그 부분 소를 각하했다.

대법원 판결 중 이중대표소송에 대한 판단만 보자. 대법원은 “어느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 전부 또는 대부분을 소유해 양자 간에 지배·종속 관계에 있고, 종속회사가 그 이사 등의 부정행위에 의해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는 상법상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다. 대표소송의 제소 자격은 책임 추궁을 당해야 하는 이사가 속한 당해 회사의 주주로 한정되므로, 종속회사 주주가 아닌 지배회사 주주는 상법 제403조, 제415조에 의해 종속회사의 이사 등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이른바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H사 주주로서 S사 대표인 피고 을에 대해 책임 추궁을 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소는 원고적격(원고로서 소송을 해 본안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흠결됐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중대표소송이 가능함을 전제로 원고적격을 인정했으니, 이 부분에 관한 원심 판결에는 주주의 대표소송에 있어서의 원고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중대표소송 부분에 대한 소를 각하했다.

완전자회사의 경우 구제책 필요

원심(고등법원) 판결은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한 최초 판결이다. 그러나 상법 규정(제403~406조)상 ‘주주’ 개념에 ‘회사인 주주의 주주’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대표소송은 주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자회사는 별개의 독립된 법인이므로 모회사 주주라고 해도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 자회사에는 자회사 주주들이 있으므로 그들이 소를 제기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모회사 임원을 상대로 자회사 임원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완전자회사의 경우 자회사 주주는 모회사밖에 없다. 이때 모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자회사 손해를 구제할 길이 없다. 일본처럼 완전모자회사 간에만 이중대표소송을 입법을 통해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일본은 완전母子회사 간 이중대표소송 인정

일본은 완전모자회사 간에만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한다. 일본 회사법은 ① 완전자회사 주식의 장부가액이 최종완전모회사 등의 총자산액의 5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외국회사는 제외한다) ② 최종완전모회사 등의 주주(모회사 의결권의 100분의 1 또는 발행된 주식의 100분의 1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 상장회사는 6개월의 보유 기간 필요)에게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제847조의 3 제4항). ③ 다만 제소청구를 하는 주주 또는 제3자의 부정한 이익을 꾀하거나 자회사 혹은 최종완전모회사 등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책임의 원인이 된 사실에 의해서 최종완전모회사 등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주주가 주주로서의 지위를 잃은 경우에도 ① 주식교환·주식이전에 의해 완전모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② 흡수합병에 의해 회사가 소멸해도 존속회사의 완전모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에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대표소송의 원인이 된 사실이 주식교환 등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발생했어야 한다(제847조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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